현대차그룹이 어제 공정거래위원회, 1·2차 협력사들과 ‘상생협약 체결식’을 갖고 대금 지급조건 개선, 상생결제시스템 활용 확대, 기술 및 디지털 전환 교육 지원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상생 대책을 발표했다.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그룹의 경쟁력”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전환 과정에서 협력사가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현대차의 행보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상생 대책이라도 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차의 생산 거점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울산지역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처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내연기관 중심의 중소 부품사들은 미래 모빌리티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극심한 자금난과 기술력 부족, 인력난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동안, 지역의 영세한 부품사들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상생 방안들이 울산 현장에서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고 철저한 실행이 속도감있게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자금 순환의 낙수효과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대금 지급기한을 평균 10일 이내로 단축하고 상생결제시스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혜택이 1차 협력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금 압박에 가장 취약한 울산지역의 2·3차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대금 조기 지급과 금융비용 완화 혜택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꼼꼼한 운용이 필요하다.
또한, 전동화 및 SDV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지원과 교육 역시 지역 부품사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장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현대차와 계열사들이 제공하는 무상 특허, AI·소프트웨어 교육, ESG 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울산 부품사들이 미래차 전환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주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상생협약이 울산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고,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