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교동의 성남경로당. 최근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텅 비어버린 경로당 건물과 달리 앞마당의 작은 별동에서는 묵직한 대금과 당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입구에는 蔚山時友會(울산시우회)라 새겨진 오래된 나무 현판 걸려 있었다.
방 안 책장에는 손때 묻은 시조집이 빽빽이 꽂혀 있었고, 천장에는 누렇게 바랜 각종 상장들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오래된 것 중에는 무려 58년 전인 1968년에 탄 상장도 있었다.
울산시우회는 창립 3년 만인 1968년 회원들과 지역 유지들이 모은 기금으로 당시 성남동 경로당 부지에 시우회관을 건립했다. 회관 부지는 당시 울산시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관을 건립한 뒤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85년 새 행정구역으로 중구가 설치되면서 해당 재산은 중구청으로 귀속됐다. 재산은 구청 소유로 잡혔지만, 과거 기부채납을 이유로 별도의 임대료 없이 전기·수도세 정도만 납부하고 60년 가까이 시우회 회원들의 보금자리로 활용돼 왔다.
이에 시우회는 최근 울산시와 중구, 중구의회 등에 건의문을 보내 “60년 동안 이어온 시조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대체 문화활동 공간 마련을 요청했다.
노상원 울산시우회장은 “시우회관은 옛 양사초등학교 앞 권번 터 인근에 자리해 전통 시조 교육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공간으로, 회원들이 건립비를 모아 회관을 건립했고 울산시로부터 사용권을 인정받아 운영해 왔다”며 “지금도 시조창 발표회, 경창대회, 찾아가는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울산의 무형문화와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활동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시우회 측 요청 사항에 대해 특례법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당장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좀 더 심도깊게 검토해 보고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예술계에서는 단순히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전통문화 계승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덕상 울산국악교육연구회장은 “시조창은 우리나라 전통 성악의 한 분야로 지역에서 이를 꾸준히 계승하는 단체는 많지 않다”며 “공간을 무상 제공할지 여부와는 별개로, 전통문화 전승을 위한 활동 지원 방안은 행정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