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조례는 대형 갈등 정책을 시민 토론으로 풀자는 게 주된 골자인데 지역 정치권과 사회에서 ‘민선 9기 첫 협치와 숙의민주주의의 시험대’로 불리는 등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는 9대 시의회의 ‘1호 조례안’으로 접수된 공론화 조례 등을 심사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조례안은 갈등이 예상되는 대형 정책에 시민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는 있으나 정작 공론화 의제 제안 권한을 ‘시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관제 여론몰이’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민청구권이나 시의회 요구권 같은 하향식 문턱이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시의회 입장에선 골치 아픈 현안(트램·BRT 등)을 자기 입맛대로 공론에 부쳐 밀어붙이는 여론 몰이용 면죄부 조례로 쓰일 수 있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인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시장·도지사뿐만 아니라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서명(주민청구)하거나 시의회가 요구할 경우에도 공론화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울산은 과거 신고리 5·6호기 건설 갈등과 시립미술관 부지 선정 등에서 임시 공론화 기구를 가동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급조된 탓에 ‘답을 정해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불신과 갈등을 키운 선례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안 역시 숙의에 참여할 위원 구성의 공정성과 대표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무작위 추첨 기준 등을 조례에 명시하지 않아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우려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번 조례안에는 시장이 특별한 사유(예산 조달 불가, 불법 행위 등)가 없는 한 이를 시정에 적극 반영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어 기존의 단순 요식행위에 그치던 공청회보다 한 단계 나아간 장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당(민주당·진보당) 의원들이 주도해 발의한 ‘1호 의안’을 절대다수 의석을 쥔 국민의힘 의원들이 쉽사리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상임위에서 시민 위원의 ‘무작위 추첨’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주민 청구권을 끼워 넣는 등 뼈대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대대적인 가위질’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샅바 싸움 끝에 ‘보류’로 결정이 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회 한 관계자는 “시장의 독점 권한을 분산하고 대표성 기준을 보완하는 대대적인 ‘수정 가위질’이 가해지거나, 여야 견제 속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해 ‘심사 보류’로 귀결될 가능성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