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미술의 거장 오윤(1946~1986)의 초기 공공미술 작품들이 멸실위기에 놓였다. 서울 구의동 옛 상업은행 건물의 테라코타 벽화는 건물 철거를 앞두고 해체 수순에 들어갔으며, 서울 종로4가 우리은행 외벽의 전돌 벽화 '평화'는 훼손과 안전 문제로 2년 넘게 가림막 속에 갇혀 방치돼 있다. 이 벽화들은 1970년대 초, 오윤의 주도로 청년 작가들이 전통 전돌과 현대적 조형 언어를 결합해 탄생시킨 한국 공공미술사의 독보적인 걸작들이다.

 이 소중한 유산들이 갈 곳을 잃은 지금, 우리는 울산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울산은 이 미술사적 보물들을 공공 자산으로 품어 안아야 할 명확한 명분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 바로 오윤 작가가 울산이 낳은 한국 단편소설의 대가, 난계 오영수 선생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오윤은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따뜻한 소설로 그렸다면, 아들 오윤은 민초들의 신명과 한을 목판화와 조형 예술로 새겼다. 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한국적 휴머니즘의 정수를 꽃피운 이 위대한 '부자(父子) 예술' 서사의 뿌리는 결국 하나, 울산이다.

 마침 오윤의 유족들도 "울산시에서 의사가 있다면 울산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내온 만큼 울산이 품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특히 울산에는 오영수문학관을 비롯해 울산시립미술관 등 두 예술가의 혼을 함께 조명하고 보듬을 수 있는 훌륭한 공간적 토대와 전문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다. 민주 진영 새 수장의 결단도 기대된다.

 물론 거대한 테라코타 벽화를 해체하고, 안전하게 이송하여 복원·안착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상당한 예산과 고도의 전문 기술, 그리고 까다로운 행정적 조율이 수반되는 난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과제를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울산이 오영수·오윤 부자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품어 안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오영수문학관과 언양 생가터, 그리고 오윤의 공공미술 복원 사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면,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울산만의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는 울산이 삭막한 산업 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람의 온기와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 도시'로 도약하는 결정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울산시의 결단력 있고 신속한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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