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박애경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육아의 힘듦이나 한 아이가 성장 하는데 있어서는 부모뿐만이 아니라 이웃과 학교, 지역사회 등 공동체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오래된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근원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생명이 태어나 잘 자라나기 위해서는 부모의 헌신뿐만이 아니라 이웃과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핵가족화를 넘어서 초핵 개인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니까 이 속담은 어쩌면 빛바랜 교과서 속의 문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최근 다녀온 한 특별한 현장에서는 이 오래된 격언이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이 돼살아 숨 쉬고 있었다. 바로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한 '언양도시재생나눔센터'에서 열린 소규모 공공형 돌잔치 「울산 아이 돐」현장이다.

 이날의 주인공은 곱고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고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웃음을 짓던 아기와 그 곁에서 감격 어린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던 부모님이었다. 요즘처럼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시기에 아이의 첫 생일을 남부럽지 않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당연한 소망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경제적·환경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웃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어루만진 것이 바로 울주군과 울산도시재생지원센터의 아름다운 협업이었다.

 두 기관은 하드웨어 중심의 딱딱한 도시재생을 넘어, 사람의 온기가 중심이 되는 '시민 체감 공감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아이의 첫 출발을 함께 축하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행사는 대개 형식적이거나 단조로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이날의 돌잔치는 여느 전문 연회장 못지않은 최고의 퀄리티와 정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언양도시재생나눔센터 내부에 정성스럽게 마련된 돌상이었다. 전통과 현대의 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사한 돌상 위에는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떡과 과일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다채로운 풍선 장식이 잔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지자체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족들이 가장 빛날 수 있도록 준비된 고운 한복 대여부터, 매끄럽고 유쾌한 진행으로 행사의 흥을 돋울 전문 사회자(MC), 그리고 이 감동적인 순간을 영원히 기록해 줄 사진 및 영상 촬영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었다. 축하해 주러 온 하객들을 대접하기 위해 마련된 정갈한 피로연 다과 역시 대접받는 이들과 대접하는 부모 모두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었다. 돌잔치가 열린 '언양도시재생 나눔센터'는 언양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평소에도 주민들의 소통방이자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이날만큼은 한 가족의 가장 소중하고도 역사적인 순간을 품어주는 특별한 무대가 되었다. 멀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공의 공간이, 우리 동네 아기의 첫 생일 잔치가 열리는 가장 친근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으로 거듭난 지역의 거점 공간이 주민들의 실제 삶과 어떻게 상생하고 활성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였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돌잡이 순서였다. 아기가 작은 손을 내밀어 돌잡이 용품을 만지작거릴 때, 하객들과 행사 관계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숨을 죽였다. 이윽고 아기가 물건을 높이 들어 올리자, 나눔센터의 공간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아기 부모님의 환한 미소와 행복해하는 모습이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데 소외되는 이웃 없이 주민 모두가 행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배려한 울주군의 꼼꼼한 행정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돌잔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이 남았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란 단순히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소규모 공공형 돌잔치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감동과 복지를 선사한,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도시재생의 정점이었다.

   한 아기의 첫걸음을 함께 축하해 준 아름다운 모습은 울주군과 울산도시재생지원센터, 그리고 언양도시재생나눔센터라는 든든한 삼박자가 맞물려 빚어낸 최고의 하모니였다. 이 따뜻한 온기가 이번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언양을 넘어 울산 전역으로 널리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그리해 더 많은 아이들이 온 마을의 축복 속에서 자라나고, 더 많은 가정들이 지역사회의 따뜻함을 체감할 수 있는 '살맛 나는 울산'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공간을 채운 것은 화려한 장식이 아닌 사람들의 온기였고,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 역시 바로 그 온기 속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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