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어제 서울에서 공개토론회를 갖고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정부가 빠르면 내년부터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기존 연동 구조를 폐지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예산을 줄인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정 당국이 교육교부금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핵심 근거는 '학령인구 감소'다. 하지만 이는 양적 수치만 보고 현장의 사정을 읽지 못한 시각이다. 조용식 울산시교육감의 지적처럼 20년 전 40명이 앉던 교실이 20명으로 줄었다고 해서 교사의 수고와 교육의 책임이 반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교실은 한글 미해득 학생, 이주배경 학생, 정서·행동 지원이 필요한 학생 등 다층적 결핍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배우는 복합 공간으로 변했다. 학생 한 명에게 투입돼야 할 교육의 '질적 강도'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유보통합, 늘봄학교, 특수교육 기반 확충 등 국가 차원의 새로운 교육 과제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국가적 교육 책무는 무한히 확대하면서, 정작 이를 뒷받침할 지방교육재정은 줄이겠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울산교육청만 하더라도 세수결손으로 일반사업비를 삭감하고 1,500억원의 기금을 끌어와 버티는 실정인데, 교부금 축소마저 현실화되면 매년 약 4,300억원의 재정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물론 고질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과 유아교육 분야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초·중·등 교육재정을 줄여 국가 전체 교육 재원 배분의 합리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교육의 주체들을 배제한 채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 주도로 교육교부금을 손대는 것은 미래세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교육 현장의 질적 변화와 취약계층 학생들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가시적인 교육재정 대책을 좀 더 숙고하길 바란다. 교육청 역시 교부금을 왜, 어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쓸 것인지 세밀한 비전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교육 수요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