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울산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울산수학문화관 이전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래형 수학교육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시설은 한 번 건립하면 수십년 동안 지역교육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속도가 아니라 입지의 적정성과 교육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그리고 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다.

 아쉬운 점은 학생·학부모·교사·시민 등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광역 교육시설이라면 입지 선정부터 접근성, 교육적 효과, 운영 방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교육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상이 아니라 교육공동체와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어디에 건립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큰 교육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교육정보연구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곳은 울산과학관과 인접해 있어 수학과 과학을 연계한 융합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입지다. 학생들은 하루 일정으로 수학문화관과 과학관을 함께 체험하며 탐구와 실험 중심의 학습을 경험할 수 있고, AI·디지털 교육, 메이커 교육, 교사 연수, 가족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융합 콘텐츠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울산교육정보연구원은 울산 전역에서 대중교통과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활용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수학문화관은 특정 지역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울산의 모든 학생과 시민이 이용하는 광역 교육시설인 만큼, 접근성은 입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또한 교육정보연구원의 기능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원의 역할과 기능을 재배치하고, 수학문화관과 과학관을 집적화하는 방안은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

 수학문화관과 과학관이 하나의 교육벨트를 형성한다면 울산은 전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거점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이전을 넘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도시 울산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보다 풍부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 추진 중인 북구 이전 계획에도 지역 균형발전과 교육 인프라 확충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교육시설은 지역 논리보다 학생 중심의 교육 효과와 이용 편의성을 우선해야 한다. 한 번 건립하면 수십년간 활용되는 시설인 만큼, 지금의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미래 세대까지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울산시교육청은 수학문화관 이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학생·학부모·교사·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와 토론회, 설문조사 등 다양한 소통 절차를 통해 최적의 입지를 다시 모색해야 한다. 교육공동체가 공감하는 결정이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교육정책의 출발점이다.

 좋은 교육시설은 많은 학생이 쉽게 찾을 수 있고, 큰 교육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울산수학문화관 이전을 서두르기 보다는 원점에서의 재검토하고, 교육공동체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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