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찾은 울주병원. 출입구에 설치된 점자 안내판에는 지하 1층 ‘장례식장’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내판에는 지하 1층 시설로 ‘시설팀’만 표기돼 있을 뿐 장례식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 1층에 내려가 직접 확인해 보니 장례식장으로 사용될 접객실과 분향실, 발인실 등 기본적인 공간은 마련돼 있었으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울주군은 2024년 울주병원 건립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지하 1층에 2개 빈소 규모의 장례식장을 운영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난 4월 병원에서 차량으로 5분가량 떨어진 곳에 민간 장례식장이 새로 문을 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장례식장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돼 울주병원 장례식장까지 추가로 개원할 경우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탁 기관인 온그룹은 오는 10월 중 장례식장 개원을 희망하며 울주보건소에 구체적인 운영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울주보건소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인건비 부담이다.
계획상 조리사와 장례지도사 등 6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월 인건비만 최소 9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야간·초과근무 수당 등 추가 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의 등 물품도 사전에 일정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예상 수요보다 실제 이용객이 적을 경우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울주보건소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예산을 들여 장례식장 시설을 조성해 놓고 뒤늦게 수요와 수익성을 검토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계획할 당시 주변 시설과 지역 장례 수요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만약 검토 결과 장례식장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에는 이미 조성된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문제다.
여기다 병원 이용에 필수인 약국도 동선이 멀어 이용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울주군은 당초 병원 내에서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민간 약국이 들어서면서 예외지역 지정이 어려워졌다.
이에 울주군은 우선 환자들이 민간 약국을 오가는 데 불편이 없도록 보행로를 정비하고, 지역 약사회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병원 인근에 약국 등 환자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법적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주군의회 최윤성 의원은 “장례식장을 조성해 놓고도 아직 운영하지 않는 상황을 보면 애초 장례식장 운영과 지하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며 “약국 역시 병원과 거리가 있어 환자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인접한 곳에 약국을 유치할 계획이 있는지, 어렵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