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의원일 때는 내 지역구와 발걸음 닿는 곳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장의 자리에 올라서 보니 22명 시의원 전체의 지혜를 모으고 울산시의회라는 큰 배의 방향타를 잡아야 하더군요. 110만 울산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그 무거운 책임감이 매 순간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의장 직속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재정립하고 민의를 정밀하게 수렴하는 기틀을 다지는 데 온 힘을 쏟았다는 이영해 의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7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의장이 중심을 굳건히 잡아야 의회가 흔들리지 않고, 그래야 비로소 민생을 제대로 챙길 수 있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생 조례와 3대 촉구 결의안으로 증명한 100일
제9대 울산시의회가 출범 후 지난 100일간 주력한 핵심 가치는 현장 체감형 민생과 울산의 경제 주권 확보였다.
의회는 빠르게 변하는 양육 환경에 발맞춰 생애주기별 교육과 정보 통합망을 구축하는 부모 교육 지원체계 및 정보통합플랫폼 조례를 마련했다.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사각지대를 해소한 ‘자립준비청년 맞춤형 지원 조례’도 성과 중 하나다.
대정부 행보 역시 거침이 없었다. 시의회는 울산의 미래 먹거리와 지역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3대 촉구 결의안을 전격 채택했다.
국가 전력 생산의 핵심지이면서도 오랜 부담을 떠안아 온 지역 현실을 반영한 △전기료 지역별 차등요금제 울산 적용 촉구 결의안, 친환경 에너지 포트로서의 독자적 경영권을 수호하기 위한 △울산항만공사 독립성 사수를 위한 통합 철회 촉구 결의안,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의 전환점이 될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울산 유치 촉구 결의안이 그것이다.
이영해 의장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울산의 경제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시의회의 견고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뉴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으로 시민 소통 문턱 낮춘다
다채로운 의정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은 소통 측면에서의 아쉬움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의원들이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정책 대안을 발굴했지만, 최신 미디어 트렌드에 맞춘 ‘디지털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자평이다.
“행정과 의정 활동의 완성은 결국 ‘소통’입니다. 아무리 좋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해도 시민이 알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가치는 반감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의회는 소통 패러다임을 대폭 전환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는 ‘제3기 의정모니터단’을 본격 가동하고, 카드뉴스·숏폼 영상·웹툰 등 직관적 콘텐츠를 대폭 늘린 ‘SNS 홍보단’을 확대 개편한다. 의원 개개인이 지역구 주민과 모바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지원 시스템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여소야대 정국...3단계 갈등 중재 시스템 구축
제9대 울산시의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과 달라진 ‘여소야대’ 정치 지형이다. 치열한 시각차와 갈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구조 속에서 이 의장은 시스템을 통한 협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시의회는 일방 독주나 소모적 정쟁을 방지하기 위해 3단계 갈등 중재와 협의 시스템을 공식 운용 중이다. 1단계로 전문성에 기반한 상임위원회 중심의 안건 심의를 존중하고, 2단계로 정당 간 견해차가 큰 쟁점 현안은 원내대표 간 상설 협의체에서 조정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의장단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정치적 중재안을 제시해 방향을 확정 짓는다. 절차적 정당성과 협치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집행부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진단을 내렸다.
이 의장은 “갈등의 근본 원인은 대의기관인 의회에 대한 상호 존중 부재와 사전 협의 체계 미비에 있었다”며 주요 정책 입안 단계부터 의회 상임위에 사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시정 주요 현안 사전협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약속을 책임과 실천으로 답할 것”
남은 임기 동안 시의회가 사활을 걸 과제는 민생 안정과 2차 공공기관 유치다.
시의회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소상공인 지원과 취약계층 복지, 지역 일자리 창출에 재정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노동·화학·자동차 분야의 알짜배기 공공기관을 울산으로 이전시키는 데 시 집행부는 물론 여야를 넘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이영해 의장은 울산이 직면한 인구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라는 지역 소멸의 파고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던 울산이 다시 역동적으로 뛰어야 합니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정착하는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어르신이 외롭지 않은 빈틈없는 복지망을 만들겠습니다. 시민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약속한 과제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실천하는 의회로 기억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