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두 화재 모두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되었지만 맑은 가을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컸다. 특히 어제 온산 제련소에서 하루에만 두 차례나 연달아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의 대응 1단계가 발령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연일 울리는 외출 자제와 창문 폐쇄 재난안전안내문자는 이제 울산 시민들에게 일상적인 공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최근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화재는 단순한 우연이나 개별 기업의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그 빈도와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6월) 울산 온산·미포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사고만 25건에 달하며, 사상자 40명과 500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낳았다. 전국 노후 국가산단 중 최다 사고 발생이라는 참담한 기록이다. 산단 조성 후 수십 년이 흐르면서 배관과 저장시설 등 기반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근본적인 시설 교체나 안전망 확충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러 온 결과가 잇단 화재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화재에 가장 취약한 동절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은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 여기에 난방기기 사용 증가와 정전기 발생 빈도까지 높아져 화학물질과 인화성 폐기물을 다루는 산단 내 사업장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시기다. 노후화된 설비에 겨울철 환경적 취약성까지 겹친다면, 지금껏 겪은 화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대형 복합재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이상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에만 기대거나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말로 안도할 때가 아니다. 관할 지자체와 소방당국은 당장 산단 내 위험물 취급 사업장과 노후 설비에 대한 강도 높은 동절기 특별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기업 역시 생산 효율을 따지기 전에 화재 예방 시스템과 설비 현대화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야 마땅하다. 산단 화재를 막기위한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