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어머니를 모시고 동네 미용실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평소 한 달에 한 번은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곱게 정리하는 깔끔한 분이셨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외출이 쉽지 않아졌고, 그렇게 미용실에 가지 못한 시간이 8개월이 흘렀다.
오랜만에 찾은 미용실 원장은 어머니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아 걱정했다며 안부를 물었다. 고령의 손님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상 미용실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졌다. 원장에게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머리가 아프다는 말씀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지 머리를 손질하는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안부를 나누고, 동네의 소식을 들으며 자신도 여전히 그 일상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용실에서 보낸 두 시간은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작은 일상의 기쁨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미용실은 어머니가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지만 자동차로는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자녀에게는 잠깐 차로 모셔다 드리면 되는 간단한 외출이지만, 다리가 불편해진 어머니에게는 집을 나서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외출 자체가 부담스럽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어머니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생활 습관을 규칙적으로 지켜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운동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책을 읽으며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가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물건을 사러 외출하는 것이 일상의 리듬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신체적인 불편함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들은 어려워졌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고, 자녀들은 각자의 일과 생활에 바쁘다 보니 당장 급하지 않은 외출을 챙기지 못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일상에서 익숙했던 일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부탁하기가 미안해서,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포기하는 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불편함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괜찮다고 말하는 데 익숙하고, 자녀들은 부모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부모를 돌본다고 하면 아플 때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식사를 챙기고 용돈을 드리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가고 싶었던 곳에 함께 가고, 좋은 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시장에 나가 직접 물건을 고르고 필요한 것을 사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의 활동이다. 이러한 작은 동행은 부모가 자신의 삶을 여전히 스스로 선택하고 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어머니를 모시고 미용실에 다녀온 날, 머리를 곱게 손질한 후 밝은 표정으로 이제야 개운하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미용실을 나와 어머니와 뜨끈한 추어탕을 먹으며 한 달 후 다시 미용실에 함께 오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은 머리를 손질하러 가는 가벼운 외출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진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누려온 일상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작은 다짐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단순히 부모의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 아니라, 길어진 노년의 시간을 얼마나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느냐에 있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동안 누리던 작은 즐거움과 일상의 선택권을 잃지 않는 일이다.
100세를 두 해 앞둔 어머니의 하루하루가 여전히 즐겁고 따뜻하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드리고 싶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녀가 할 수 있는 소중한 배려가 아닐까.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