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이 5일 제1전시실에서 개막한 기획전 ‘산업의 꿈, 사람의 시간’은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내년 2월 21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장을 연상시키는 어둑한 공간에 대형 회화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의 산업 현장을 담은 1970년대 민족기록화 4점이다. 임직순의 ‘석유화학공업단지’, 박득순의 ‘현대조선소’, 이용환의 ‘삼도물산’, 박항섭의 ‘한양화학공업’으로, 모두 300호 크기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작품을 찾아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작가 6명이 새롭게 제작한 대형 회화 7점도 나란히 걸렸다.
박득순의 ‘현대조선소’에는 붉은 크레인 아래 새 배가 모습을 갖춰 간다. 그 옆 정재호의 ‘휴식’에는 수리를 위해 돌아온 배가 등장한다. 산업화 초기의 기대와 노동 이후 회복의 시간이 서로 마주하는 듯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현장의 감각을 더하는 장치들이 배치됐다. 약 1,320㎡ 규모의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는 트랙을 따라 걸으면 구겨진 형태로 공중에 걸린 옛 산업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양정욱 작가의 로봇팔이 움직이자.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치작품 ‘철들의 꿈’에서 나는 소리다.
양쪽 벽면에는 노동자와 주민들의 구술이 이어졌다. 선박노동자 박종숙 씨의 “배 안에 칸칸이 파이프도 많고 구석구석 페인트를 칠해야 해요”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선박을 그린 그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