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등 수사기관이 당시 야당과 정치적 반대 세력을 대상으로 조작수사와 조작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특별검사를 통해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를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와 표적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겨냥한 ‘친문·친이 야합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직후 예고했던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지난 6일 오후 범여권 주도로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 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시점에 대해 “내일 오후 3시 30분에서 오후 4시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 내 필리버스터와 함께 장외 여론전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오는 7일 서울 경복궁역 1번 출구 앞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지난달 3일 개천절 도심 집회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특검법 처리가 예상되는 6일 오후에는 국회 본관 계단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9일에는 청와대 앞 최고위원회의와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일에는 현장 의원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장외투쟁에 대한 당내 반대 의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며 “의원들 전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헌법을 죽이고 국민을 기만하고 윤리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의회 쿠데타를 저지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국민과 함께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법 처리 이후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도 범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김 의원이 유튜브 방송에서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내란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국회의원의 헌법 준수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결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표결 결과 투표수 167표 가운데 찬성 166표, 무효 1표로 가결됐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3심을 거쳐 확정된 전두환 내란 수괴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반헌법적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희생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 2차 가해를 가한 반역사적 행위”라며 결의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제22대 국회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8월에는 ‘5·18 왜곡’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다만 제명 촉구 결의안 의결이 실제 의원직 제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별도의 징계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63명 가운데 찬성 145명, 반대 10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불참했으며 일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국회에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법안을 심사·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위는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되며 내년 1월 31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특위 구성 자체에 반대하면서도 조정식 국회의장의 중재 등을 고려해 해당 결의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반대 토론에서 “사실상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구조로 모든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판을 짜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의 소관 업무가 포함된 법안인 만큼 기존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은수 민주당 의원은 “초광역특구법은 초상임위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위는 기존 상임위의 권한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임위의 전문성을 모아 완성도 높은 입법을 만들기 위한 협력의 장”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조작기소 특검법을 놓고 필리버스터와 장외투쟁으로 맞서면서 정기국회 후반기 입법 대치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6일 특검법 처리와 이후 국민의힘의 장외투쟁 일정이 맞물리면서 국회 내 갈등이 장외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