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문화정책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문화정책이 철저하게 정부주도와 외교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의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와 경제계 학계가 따로 없으며, 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국가의 세밀한 지도와 관리가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범 정부차원에서 소프트파워의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도쿄도의 문화정책만 하더라도 1) 종래의 틀에 구애받지 않는 수법에 의해 문화사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2) 다양한 문화자원의 축적을 활용하여 도쿄의 매력을 세계에 ‘발신’하며, 3) 도쿄거리의 활성화를 꾀하고 신진 아티스트의 창조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개혁’ ‘발신’ ‘지원’이 지방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정책의 기본인 것이다.
문화를 ‘개혁’과 ‘발신’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관료들의 발상이 재미있지만,東이러한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2001년 12월에 공포된「문화예술 진흥 기본법」이다.
이 법은 문화예술의 진흥에 관해 「기본이념을 정하고, 나아가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의 책무를 분명히」하면서, 국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관심과 이해를 증대시킨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화예술 진흥과 국제문화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한 관련 법안으로서 표면적으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다소 각도를 달리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문화 분야의 전반에 걸쳐 법과 공권력이 개입하여 소위 문화를 국가의 통치이념에 따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문화정책의 실태를 살펴보면 그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문화정책에 관련된 정책 자료집이나 각종 보고서 등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관민일체주의 사상’과 ‘일본문화의 세계화 전략’,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한 ‘치밀한 액션플랜의 수립’이다.
예를 들어 일본문화청의 문화행정지침에 의하면「폭넓은 분야에서의 관민을 통한 교류사업의 개최」「우리나라의 매력 있는 문화를 해외에 발신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있어서 일본 및 일본인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등이 국제문화교류의 의미이자 목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관민일체에 의한 세계화전략이 일본문화정책의 기본적인 이념인 것이다.
외무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본문화의 해외 전파과정의 전략을 보면 일본문화의 일반적인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 대한 바른 이해를 심어주기 위해 주요국의 경우는 대일 여론조사와 분석을 철저히 실행하여 그 결과에 따라 지역이나 각국별로 강연회 등의 각종 홍보사업을 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해외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이 주요사업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요인이 외국을 방문할 때에는 내외보도기관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본에 관한 오해나 편견에 의거한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론을 행하기도 하며, 제 외국과의 국제문화교류를 일층 발전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기업, 비정부조직(NGO) 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시대에 범 정부차원에서 국제 문화교류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시해 가겠다는 일본정부의 의지를 탓할 수만은 없다. 문화교류는 체계성과 합리성 그리고 상호성이 중요하기에 관민일체화의 구축은 필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이데올로기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 경계선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에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