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득 UNIST 교수·도시환경공학부

5년 전 이맘 때, 충분히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UNIST에 부임해 일반화학 원서를 받고, 매일 새벽까지 강의준비를 했다. 100% 영어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마도 원서를 처음 읽게 되며 화학의 기초가 약한 경영계열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일반화학을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던 시기이다. 의욕 넘치는 신임 교수로서의 첫 학기 강의였던 터라,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의준비를 열심히 했다.

지금도 나름대로는 성의껏 강의준비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2009년 부임 첫 학기와 같은 열정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교육자로서는 강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겠지만,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교수에게는 논문 작성, 연구과제 수행, 대학원생 지도 역시 중요하므로, 자칫하면 강의가 후순위로 밀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로서 최신 연구에 앞장서고, 이를 토대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1995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상당히 놀랐던 것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너무나 넓은 학교, 낡은 학교 건물과 실험 기자재, 운동권 선배들에 의한 의식화 교육과 민중가요 등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경험은 기대했던 것보다 교수님들의 강의 수준이 낮았다는 것이다.

특히, 1학년 1학기 기초필수 과목들에 흥미를 가질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교수님들 덕분이라고 단언한다. 19년이 지났어도 특정 과목 교수님들의 강의 스타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본인의 저서를 교과서로 선택하시고 한 시간 내내 교과서만 줄줄이 읽으시던 교수님, 계속 칠판만 보시며 필기하시던 교수님, 사투리와 옹알이로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신 교수님, 종강하던 날 “그런데 너네 무슨 과니?”라고 하셨던 교수님, 한 학기 내내 대학원생에게 강의를 전담시켰던 교수님, 매 시간을 학생발표로만 진행했던 교수님 등등. 시골에서 상경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자 했던 학생들의 공부의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꺾어주셨다.

물론,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을 하셨던 교수님,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어려운 원서를 아주 잘 풀어서 설명하시는 교수님 등 학생 사이에서 “강의를 잘 하신다”고 소문난 분들은 극히 일부였다. 대신, 지금의 나와 비슷한 연배이거나 어쩌면 더 어렸을 시간강사님들의 수업은 대체로 열정이 가득했으며 학생들과의 교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다”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왜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준 이하의 강의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주요 이유일 것이다.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 해당전공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그러나 대학졸업 후 석사 2년, 박사 4~5년, 박사 후 연구원 2~3년 등을 거치며 교육이 아닌 연구에 대한 수련만 하게 된다. 물론, 교수들은 다수의 학술대회 구두발표와 특강 등의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임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범계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정규교육을 통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 사범대학 기본 교직이수과목인 교육학개론, 교육심리학, 교육공학 등에 대해 전혀 몰라도 교수가 되면 강의를 한다.

UNIST 부임이 확정되자마자 내가 한 일은 국내외 주요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다양한 교재와 자료를 수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강의 준비를 위한 기본사항, 과제 평가, 강의실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UNIST 부임 후에는 교내 교수학습지원센터를 통해 내가 강의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교육학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고, 교수법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서 나름대로 강의능력을 향상시키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담당과목들이 학생들과의 의사소통과 그들의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초/교양과목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주가 되는 전공필수/세부과목들이라서 더 어려움이 크다.

내 아버지는 초등학교에서 40년 이상 교편을 잡으시다가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셨다. 몇 년 전에 “초중등 교사들은 교대와 사범대에서 학생 가르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데, 대학 교수들은 가르치는 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수업을 하니?”라는 물음에 시원한 답을 할 수 없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까? 이 글을 퇴고하고 있는 오늘, 2014년 1학기 첫 강의가 있는 날이다. 오늘 나는 어떤 학생들을 만나고 어떻게 한 학기 강의를 시작할까?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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