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실내 온도 24도 내외 유지
건물 바닥은 40㎝ 두께 콘크리트
지하 거대한 빗물 저장조 묻어
연중 해 높이 계산해 처마 설치
창밖 블라인드는 단열 효과 최대
지붕 태양광 패널서 전기 생산
남은 에너지 판매 ‘작은 발전소’

◆한여름 전력 없이 냉방
오스트리아에 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이 수일 째 지속된 지난 7월 초. 중부 유럽에서는 이상기온이라고 할 만큼 무더운 날, 오스트리아 서부지역 잘츠부르크 인근 할방마을 주민문화센터를 찾았다.
최첨단 에너지절약기술이 집약된 건축물이란 설명을 들었지만, 외부에서 본 주민문화센터는 세련된 외관을 보였을 뿐 기존 건축물과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주민문화센터 건물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첨단 에너지 건물이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건물 내 어디에도 에어컨 등 냉방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지만, 마치 동굴 속에 들어온 것처럼 시원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
실내 온도는 바깥 기온 34도보다 13도 낮은 21도. 어떻게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훨씬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건물 아래에 있었다. 바닥은 40cm 두께의 콘크리트가 깔려 있고 지하에는 거대한 빗물 저장조가 묻혀 있다.
이 건물을 지은 건축가 하랄드 쿠스터씨는 “온도가 서서히 변하는 콘크리트의 특성을 이용해 태양열을 저장하는 원리”라며 “지하저수조의 물이 관을 타고 콘크리트 사이를 지나면서 지하의 차가운 온도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낮은 온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오스트리아의 겨울에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 시설은 물을 데우고 역시 관을 따라 흐르면서 콘크리트를 따뜻하게 만든다.

◆한옥의 온돌과 처마 원리 이용
바닥에 두꺼운 콘크리트를 설치한 것은 우리나라 한옥의 ‘온돌’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태양열 집열기술과 접목해 화석연료 사용 없이 실내온도를 높이고, 여름에는 지하의 차가운 성질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등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또 에너지 누수를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데, 역시 한옥에서 사용되는 ‘처마’를 설치해 여름철 실내에 햇빛이 들어와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을 억제한다.
처마의 길이는 연중 해의 높이를 계산해 설계, 해가 높이 뜨는 여름에는 실내가 거의 빛이 닿지 않도록 하고, 해가 길게 눕는 겨울에는 실내에 최대한 많은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또 실내에 주로 설치하는 블라인드를 창 밖에 달아놓은 것도 간단하지만 중요한 단열기술의 하나다. 창문 안쪽에 설치된 블라인드는 햇빛을 막을 뿐 이미 유리창으로 들어온 열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건축가의 설명이다.
최대한 외부와 열교환이 차단된 이 같은 건물에는 환기장치가 중요하다. 만약 외부와 그대로 연결된다면 기껏 단열한 것이 허사가 되기 때문에 첨단 공조기술이 적용됐다.
실내 벽면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작은 구멍들을 뚫어 놓았는데, 밖으로 나가는 공기에서 열의 90%를 회수하는 장치와 연결돼 있고, 이는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를 계절에 따라 높이거나 낮추는데 사용된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은발전소
연중 실내 온도 24도 내외를 유지하는 이 주민센터는 화석연료의 사용 없이도 냉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물이다.
주민센터는 건물 스스로 연간 700~800유로(약 89~100만원)를 벌어들인다. 가스로 난방을 하는 일반 건축물이었다면 가스비와 관리비로 연간 5,500유로(약 700만원)가 유지관리비용으로 필요했을 것이라고 한다.
전기의 경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되는데, 건물 운영에 사용하는 필요량을 모두 충족하고 나머지는 판매된다.
여름에는 태양열 집열로 데워진 물은 온수가 많이 필요한 인근 식당과 호텔에 공급한다.
이처럼 소비보다 만들어진 에너지양이 많아 외부로 에너지를 판매하는 주택을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Energy plus house)’라고 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거나 없는 ‘패시브((Passive) 하우스’ 혹은 ‘제로(zero) 하우스’보다 발전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설계당시부터 에너지컨설팅을 통해 에너지플러스 하우스로 설계됐고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은발전소 주택이다.
2012년에 착공해 2013년 완공됐으며, 주민모임이나 작은콘서트가 열리는 등 주민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만 해도 옛 전통가옥 사이에 현대화된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건축 후에는 지역이 홍보가 돼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둬 주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건축물이 됐다.
글로벌 에너지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모범사례가 된 이 건물의 에너지효율화 공법은 오스트리아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주택, 스포츠센터, 암벽타기센터 등 다른 건물에 적용됐고, 더 큰 규모의 건물이나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는 추가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점차 발전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