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재(61) 지휘자. 그가 울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끈 지 8년이 됐다. 교향악단 25년 역사 3분의 1을 함께한 셈이다. 그는 어느덧 20일 시향에서의 99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난 김 지휘자는 ‘무국적 조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음악계 정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작곡가 윤이상에게 사사했으며, 일본 도쿄 필하모닉, 히로시마 교향악단, 교토 시립교향악단 등 일본 정상급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005년 8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무대를 한국으로 옮겼고, 2007년 울산시향 제116회 정기연주회 지휘를 한 것이 인연이 되어 그해 시향 상임지휘자로서 위촉됐다. 그리고 2016년, 그는 또 한 번 울산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이끈 시립교향악단의 음악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곧 있을 공연준비에 한창 분주한 김 지휘자를 연습실에서 만나 소감과 목표, 시향과 울산 클래식 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홍재 지휘자와의 1문 1답.
뉴욕 카네기홀·UN본부 공연 기립박수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단원들에 감사
정서발달·음악교육 클래식 연주회 최적
오케스트라·한국 교향악 발전 앞장설 터
1978년 일본서 첫 무대 ‘아리랑’ 선봬
40년간 900번 공연… 늘 아쉬움 남아
오늘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 연주회
핀란드인이 사랑한 ‘민족적 음악’

-연말에 있을 송년 음악회가 울산시향과의 100번째 공연이다. 처음 지휘를 맡게 됐을 때와 지금의 시향은 어떤 변화가 있는가?
▲상임지휘자로 위촉된 당시에는 단원들 대부분이 젊었었기 때문에 활기와 참신함이 가득했지만, 오케스트라로서 깊이 있는 연주는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8년간 함께하면서 단원들도 나이가 들고 실력이 성숙해지면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로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단원들과의 신뢰도 높아 눈빛만으로도 호흡을 맞출 수 있고, 편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울산시향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예술단 중에선 상대적으로 좌석 점유율이 낮다. 여전히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럽은 클래식이 자기나라 음악이라 일상생활에 스며들어있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자기 객석이 있을 정도다. 아직 아시아에서는 그 정도로 정착되어 있지 않지만, 규칙을 잘 모르는 스포츠를 보러가듯 ‘연주회 문화’ 자체를 경험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관람해줬으면 좋겠다.
울산시향 관객은 가족 단위의 고정관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들의 정서발달과 음악교육에 클래식 연주회를 한번 경험해보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다. 격식에 신경쓰지 말고 연주회 그 자체를 즐겨주시길 바란다.
-울산시향 상임지휘자를 맡게 된 계기는?
▲국적은 없었지만 항상 조국인 한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모님의 고향도 대구다. 그전에는 나만의 음악만을 생각했지만, 한국에 객원지휘로 오가면서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로 한국 교향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2007년 울산시향 상임지휘자 제안이 들어와 젊고 유능한 오케스트라가 발전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됐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 왜 울산에서 살지 않는지?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몇 십년 동안 살면서 가족을 이루고, 동료를 만나고 제자들을 뒀다. 그러다보니 일본을 떠나오기가 어렵다.
두 아들이 장가를 가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부인과 함께 울산에 오자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울산은 바다가 보여서 저의 고향과 닮아 무척 친근하게 느껴진다. 가족들과 매년 울산 관광지들을 여행하는데, 특히 정자 바다에 가서 게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40년 간 지휘자로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거나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음악에는 정수가 없지 않는가. 지금까지 800~900번 가량 무대에 섰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 베토벤 곡들도 30년 정도 하고 나서야 조금은 마음에 들게 지휘할 수 있게 됐다. 이 아쉬움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일본에서의 첫 데뷔 무대다. 1978년 3월 24살 무렵이었는데, ‘아리랑’을 선보였었다.
나는 일본에서 살았지만 어릴 적부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늘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곡을 재일동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또 다른 것은 울산시향이 2012년 미국 포틀랜드, 캐나다에서 진행한 북미순회연주, 2015년 뉴욕 카네기홀, UN본부에서의 무대다.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칠 때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믿고 따라와 준 단원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앵콜 때 선보이곤 하는 ‘임진강’은 명성이 자자하다. 특별히 아끼는 곡이 있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임진강’, ‘아리랑’, ‘도라지’와 같이 민족적인 곡들이 많다. 스승님도 늘 제 음악을 들으시고는 “역시 일본사람과는 다른 조선민족의 핏줄이다”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오는 20일 오후 8시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릴 프리미엄 시리즈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 연주회는 어떤 공연인가.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장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작곡가로,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는 낯설 수 있지만 그의 곡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침 올해가 탄생 150주년이여서 시민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기획하게 됐다.
작곡가의 지명도나 연주곡에 따라 좌석 점유율은 달라지지만, 음식에도 한식, 중식, 양식, 일식이 있듯 다양한 작곡가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벨리우스는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같이 민족적인 음악을 많이 만들었다. 핀란드인들이 사랑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지를 생각하면서 감상한다면 좋을 것 같다.
-2016년 울산시향 상임지휘자로서의 각오를 밝힌다면
▲시립교향악단의 음악을 좋아해주셔서 무척 보람차고 감사하다. 2016년에도 더욱 많은 연주를, 그리고 더욱 성숙해진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에도 울산시향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