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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캉탕’으로 제27회 오영수문학상에 선정된 이승우 작가. 길을 걸으면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사람냄새 나는 골목길을 걷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사람의 흔적, 자취와 함께 걷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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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골목길을 걸으며 소설적 영감을 떠올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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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16년 살아온 둔촌주공아파트. 이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작품들을 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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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자주 걷는다는 서울 성내동 골목길. | ||
걷는다.
소설가인 그가 가장 자주 하는
활동이다. 청바지에 흰운동화,
그리고 백팩. 3월의 끝자락 서울 강동구 둔촌동역 3번 출구에서
만난 그는 지극히 걷는 것이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걸으러 나온다는 소설가 이승우.
그에게 특별한 공간은 ‘길’이다.
길에서 소설적 영감을 얻고,
정신을 환기한다는 그가 자주
걷는다는 길 위에서 그를 만났다.
“길은 타인의 자취를 따라 걷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곳”
■ 길에서 소설 영감 얻고 정신 환기
‘안에 쌓인 생각들은 밖으로 몰아내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생각을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생각들이 아니다. 더 많이 두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다.’(소설 ‘캉탕’ 中)
제27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캉탕’에서는 걷는 것과 관련된 구절이 유독 많이 나온다. 그가 걷는 이유는 명쾌하다. 소설을 구상해야하거나 뭔가 막혀있는 것을 뚫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때 걸으면 해결되는 듯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육체를 움직이는 것만이 아닌 정신의 환기이기도 하다. 다른 의미에서는 유일한 운동이기도 하다고.
그가 자주 걷는 동네는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인근 성내동 골목길과 올림픽공원이다. 그는 둔촌주공아파트에서 16년간 거주했다가 최근 이사하게 됐다. 이곳에 사는 동안 장편 ‘지상의 노래’, ‘사랑의 생애’, 단편집 ‘모르는 사람들’, ‘신중한 사람’ 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집필해 이 공간은 더욱 애틋하다. 그렇기에 지금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어지러운 간판도 있고, 뛰어노는 아이들도 있고, 적당한 소음도 있죠. 그래서 이 골목길이 좋아요. 사람의 자취와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니까요.”
■ 길은 곧 ‘사람’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길은 각별한 공간이다.
“사람은 길 위의 존재잖아요. 우리는 길 위에 있죠. 그리고 길 위에서 사라질거고요.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길은 자신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흔적, 자취들과 함께 걷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에 그 길을 걸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흔적과 자취를 남기는 것이기도 하다. 길은 결국 사람들이다.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동시에 사람들을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가 소설적 영감을 얻을 때면, 카페에서 메모를 하거나 집필활동을 한다.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평일엔 주로 대학 연구실에 있지만, 집필활동은 대체로 동네 카페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 나는 이땅에 소설가로서 복무한다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생일 때 등단했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무세살이었다.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식물들의 사생활> 등 수십여권에 이르는 책을 내고 작품을 써온 그는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섭렵했다. 삶의 폐부를 깊숙하게 찌르는 듯한 통찰력으로 신과 인간, 구원, 초월, 원죄, 죄의식, 욕망, 부조리 등 다양한 삶의 표정을 담은 그의 글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번역·출간돼 호평받고 있다.
40여년간 소설가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소설로 인생에 복무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소설 쓰기는 이 땅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의 보직이다. 잘 못쓰더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기 때문에 계속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것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하기로 했단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쓸 수 있는 시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작품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그는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가 말한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읽게 되는 것은 정작 자기 자신이다”에 동의한다고 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고, 내가 속해 있는 세계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함으로써 더 바람직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책을 읽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 신학자와 소설가의 길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다니며 신학도의 길을 걸어온 이승우 작가는 현재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어째서 성직자로서의 길을 가지 않았느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신학과 문학은 그리 멀지 않다”고. 의대생도, 사회학자도 작가일 수 있는 이 시대에 오히려 신학도가 작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신학을 공부하면서도 교회에서의 역할 등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문학에 대한 열망이 불타던 중 등단을 하게 된 것이 지금을 만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앙심은 지금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등단 후 활동반경은 문학의 장으로 점점 무게 중심이 옮겨지게 됐다고 한다.
그가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이자 롤모델은 소설가 故 이청준이다. 세계 유수의 문집들을 읽으며 감동은 했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는 그는 이청준 작가의 ‘나무 위에서 잠자기’라는 작품을 읽고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인간에 대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반복하며 읽고 습작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마침내 등단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심사위원 중에 이청준 작가가 있었다고.
“이청준 작가님이 제 작품을 좋아했다고 하셨어요. 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며 공부하고 썼으니 당연한거 아닐까요. 운이 좋았죠. 하하.”
■ ‘캉탕’ 읽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제27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중편 ‘캉탕’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안식년 기간 머물렀던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지역에서 이 작품을 썼다. 익숙한 곳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그동안 낯익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게 됐고,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 그때, ‘캉탕’은 시작됐다. ‘세상의 끝’이라는 가상의 공간 ‘캉탕’을 설정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자신의 과거가 현재의 자신을 덮치는 것이 캉탕 속 인물이다.
‘과거는 입이 크다. 입이 큰 과거는 현재를 문다. 때로 어떤 사람에게 이 묾은 치명적이다. 입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이빨이 날카롭기 때문이다’(소설 ‘캉탕’ 中). 본문 중 특히 마음에 드는 문장이라고 했다. 독자가 자신을 돌이켜보고 삶을 성찰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캉탕’은 오는 8월 현대문학사 ‘핀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별한 계획을 세워서 작품을 쓰는 편은 아니라는 이승우 작가는 순간순간 그에게 절실하게 다가온 것을 쓰는 편이다. 앞으로도 지금 써왔던 방식으로 글을 쓰겠지만, 다만 더 치열하게 쓰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며 웃었다.
글=김지은 뉴미디어 기자 fantastig@iusm.co.kr
사진=임경훈 뉴미디어 기자 qtm0113@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