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장은 생계형 일자리가 아니에요. 시장이 바뀌었는데 왜 안물러납니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결단하세요."(박성민 의원)
"울산 부유식해상풍력 사업은 1년간의 입지조사가 필요하지만 33일만에 끝났다. 시장은 전면 백지화를 결단할 의향은 없습니까."(김웅 의원)
"작년 대북지원사업에 보조금 1억원을 부당집행해 걸렸죠. 이념편향적인 좌파단체에 시민 혈세를 퍼주는게 말이 됩니까. 고발하세요."(장제원 의원)
중앙과 지방의 권력지형이 국민의힘으로 교체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민선 8기 울산시 국정감사에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 중인 전임 송철호 시장의 '방만경영'을 질타하는 집권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봇물을 이뤘다.
국감장엔 송 전 시장이 임명한 울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이 모두 출석했는데 일부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치색이 선명한 몇몇 공공기관장을 일으켜세워 '알박기가 아니라 콘크리트박기 인사', '매관매석' 등 노골적인 표현까지 쓰며 "물러날 생각은 없느냐"고 추궁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원들은 김두겸 시장이 최근 간부공무원들과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야당의원에겐 자료를 주지마라"고 지시한 사실을 들어 '봉건주의 왕'이냐고 몰아세운 뒤 사과를 촉구해 "조심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울산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표적수사 의혹과 경찰국 신설 관련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한 여야 의원의 공방이 벌어졌다.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
이날 국감엔 위원장인 이채익(울산 남구갑) 의원이 반장으로 참석한 가운데 여당에선 전봉민(부산 수영구)·김웅(서울 송파구갑)·박성민(울산 중구)·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이, 야당에선 천준호(서울 강북구갑)·문진석(충남 천안시갑)·김철민(경기 안산시상록구을)·송재호(제주시갑)·이해식(서울 강동구을)·오영환(경기 의정부시갑) 의원 등 10명이 자리했다.
민선 8기 울산시 국감의 주요 키워드는 △민선 7기 방만경영 △국비지원 불균형 △공공기관장 거취 △부울경 특별연합 폐기 논란 △부유식해상풍력 사업 백지화 촉구 △야당 의원에 대한 차별 등으로 압축됐다.
먼저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모든 정책에는 역사성이 있고, 메가시티(특별연합)도 노무현 정부 말기에 구상돼 이명박 정부가 수용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구체화했다"면서 "메가시티 정책은 잘 달리는 열차였는데 김 시장은 갑자기 파기 선언을 했고, 울산을 제외한 부산·경남은 이제 행정통합을 거론하면서 잘 달리는 열차를 탈선시켜 새로운 궤도를 놓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오영환 의원도 "부울경 특별연합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 시·도 의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이미 잘 준비된 사업"이라면서 "단순히 정치적 손익에 따라 어깃장을 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지방 분권이나 수도권 일극화 방지를 위해 메가시티가 태동했고, 그 형식이나 목적에는 이견이 없다"라면서도 "다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권한 이양이나 재정 지원이 전혀 없어 선언적인 정책에 불과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특히 울산으로서는 이익이나 실효성이 없는데도 연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계속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면서 "메가시티가 아니라도, 부울경이 공동으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함께 대응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전임 송철호 시장이 역점 추진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한계와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해당 사업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한 김 시장을 엄호했다.
김웅 의원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그 과정에서 각종 예산 유용, 졸속 준비, 타당성과 안정성 부재 등이 드러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막무가내로 추진됐다"라면서 "비록 관련 절차는 정부 소관이고 민자로 추진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넓은 수역 점거, 선박 통행 방해, 수산물 생산 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는 울산시민인 어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에너지 정책이 큰 틀에서는 원전과 신재생 등 투트랙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보지만, 부유식 해상풍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시작된 정책"이라면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면밀히 살펴봤는데, 기술적 문제나 경제성이 부족해 지금 추진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외국기업이 투자하는 민자사업이라 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를 믿고 동참한 국내 중소기업이 낭패를 볼 수 있고 국고도 낭비될 수 있다"라면서 "울산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을 재검토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울산시 산하 공공기관 13개 중 대부분이 전임 송 시장이 임명한 인사인 것을 놓고 야당 의원의 노골적인 사퇴압박이 이어졌다.
박성민 의원은 "정권이 바뀌고 시정의 주인이 바뀌면 전임자의 잘못된 운영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후임자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며 "울산의 지방채 발행이 지난 정권 말기 선거를 앞두고 자행된 '현금살포', '매표예산'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민선 7기가 알박기 인사한 공공기관장은 시정철학이 다른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왜 안물러나나. 거기가 생계형 일자리냐.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물러냐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 질문을 받은 한 공공기관장은 "저도 이 현실과 상황이 불편하다.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
장제원 의원은 "공공기관장 중엔 송 전 시장의 캠프선대위원장도 있고 후원회장 출신도 있다. 이재명을 지지한 공동대표도 있더라. 내가 다 민망하다"며 "전문성 있으면 모를까 사적채용된 분은 울산시정을 위해 물러나달라"고 종용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