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첫 선을 보인 소형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차의 드라이브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AI와 모빌리티에 이어 친환경까지 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여전히 상용화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과제를 남겼다. 산적한 과제가 많다는 것은 결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더 철저한 실증과 테스트를 통해 보다 완벽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국 첫 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
14일 오후 3시 30분 울산 중구 교동의 그린카기술센터에서 소형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태우고 서서히 움직였다. 실증 주행이 아닌 민간인을 태운 운행은 전국 최초이다.
이 전기버스는 울산 중소기업인 우진산전의 '아폴로 750' 모델을 기반으로 케이에이알, 오토노머스케이투지, (재)울산테크노파크, 도로교통공단 등이 참여해 개발 중에 있다.
이날 운행은 울산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형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체험하는 행사 차원에서 마련됐으며, 비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체험단 10명이 직접 소형전기버스 기반 자율주행차를 타고 중구 종가로→이예로→오토밸리로를 왕복하는 약 30km 거리를 2차례 주행했다.
자율주행버스의 생김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일반 버스와 달리 차량 전방에 설치된 레이더와 라이다가 자율주행차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현행법에 따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자 1명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이를 제외한 탑승 및 움직이는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졌다.
운전석에는 커다란 모니터와 디지털 계기판, 전자식 사이드미러 화면 등으로 가득했다. 변속기를 제외하면 물리 버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최대한 깔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테슬라와 비슷한 구조의 UI를 바탕으로 차와 주변 사람 및 사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탑승객은 위쪽에 설치된 와이드 모니터로 주행 상황과 각종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차량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모니터를 통해 주변 지형지물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검은 바탕에 전반적인 지형지물을 녹색으로 표시하고 여기서 운행에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되는 물체를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있다. 덕분에 시시각각 주변 물체가 움직이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해당 물체가 무엇인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직관성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운전자가 직업 주행했던 종가로를 거쳐 이예로 돌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시속 80km까지 달리도록 시스템 입력이 돼 있어 속도감이 느껴졌고, 전기차라는 특성답게 내연기관에서 느껴지는 배기음과 진동 등 소음도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일반도로와 달리 느리게 달리는 앞 차량을 무작정 따라가기 보단 차선을 변경한 뒤 속력을 높여 추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 승용차가 버스 앞으로 끼어들어온 뒤 60km 정도로 서행하자 버스가 스스로 좌측 깜빡이를 켜더니 부드러운 차선 변경을 보여줬다. 대형차다 보니 차선 변경 후 앞차를 추월하면 다시 가장자리 차로로 돌아왔다.
#울산시 C-ITS 구축 완료···"교통상황 따라 신호 제어"
정해진 자율주행 루트에서 버스가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에 맞춰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건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사업(C-ITS) 덕이다.
C-ITS는 차량이 주행 중인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급정거, 낙하물 등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울산시에는 국비 150억 원을 포함한 총 2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산업로, 삼산로, 강남로 등 18개 주요 도로 142.6km 구간에 첨단도로 기반(인프라) 구축이 완료됐다. 특히, 이예로에는 울산테크노파크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량과 정보연계를 통해 자율주행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첨단도로 기반(인프라)도 함께 조성됐다.
자율주행은 C-ITS 시스템 완성도를 평가하기 위한 실험이다. C-ITS 인프라가 제공하는 실시간 차량 위치정보와 라이다 등으로 수집한 도로위 돌발상황 정보 등을 자율주행 AI가 효과적으로 분석, 5km 테스트베드 구간을 안정적으로 운행에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화물차와 대중교통에 특화된 '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로드아이)'이다. 건널목에서 보행자 유무를 판단하고 만약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면 자동으로 보행신호를 연장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다.
특히, 기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꼬리물기, 보행자, 돌발상황, 낙하물감지와 같이 실시간 교통, 위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해 비용 절감 효과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호등 대기 신호가 몇초 남았는지, 막히는 구간은 어디이며 몇분이 소요되는지도 알 수 있다.
#돌발상황에 급제동 반복...'아직은 초보'
다만 C-ITS도 아직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가 한정된 면도 있는데, 이날 자율주행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율주행버스가 이예로를 달리던 중 전방에 공사 중인 곳이 있었는데, 세워진 차량 뒤 사각에서 갑자기 라바콘이 나타나면서 버스가 이를 피해 차선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급제동을 하는 바람에 차량 안에서 기술 설명 중이던 최성재 ㈜케이에이알 대표이사가 속도를 못이기고 넘어졌다. 다행히 살집이 많은 부위가 먼저 바닥에 닿아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다.
이외에도 과속방지턱에서 속도를 급하게 줄여서 차가 기우뚱하기도 했다.
최성재 이사는 "근본적으로는 운전자 및 버스 라이다 사각에 장애물을 둔 공사자 잘못이나, 이 경우처럼 입력되지 않은 상황에 기본적인 대처가 한정돼 있다"며 "앞으로도 수십·수백차례 실증주행 필요하다. 오히려 이를 통해 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시는 동구 일산해수욕장 인근 등 약 30㎞에서 실증 테스트 운행을 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