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채영의 미술읽기】 나는 심플하다



배 호작



순수하고 심플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자면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장욱진(1917-1990)화백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1963년 作 <식탁>은 담백한 색으로 소박한 식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식기도구와 밥그릇, 물잔, 그리고 넙치와 생선 뼈다귀를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천진함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는 이 그림을 완성한 후 "됐다. 오늘은 이것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자"라고 말한 일화는 미술계에서 제법 유명하다. 그림 속 넙치가 그의 뱃속으로 들어가 뼈만 깔끔하게 남아 있는 생선 뼈다귀를 보면서, 이를 배불리 먹은 것으로 치고 만족하는 그의 모습이 상상되어 또 한 번 피식 웃음 짓게 된다. <식탁>은 그의 경기도 덕소 집 부엌에 그려진 벽화로 현재 이 작품은 벽 자체를 떼어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영구 전시되어 있다.

장욱진 화백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동화적인 분위기는 심플함에서 비롯된다. 캔버스 위에는 불필요한 조형과 표현은 모두 소거되고 최소한의 조형과 색으로 표현되어있다. 심플함을 위해 그가 선택한 간결한 선과 평면성, 원근법의 왜곡이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과 맞닿아 순수함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 한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니까.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서 다 써버릴 작정이다." 몸과 마음을 그림으로 다 써서 공(空)의 상태에 이르기 위한 마음. 이것은 "나는 심플하다"는 그의 말과 작품에서 단순함으로 나타내어졌다.

일상적인 소재들을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의 이상향을 담은 작품을 그린 장욱진 화백.

그의 작품을 보면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동화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다. (현대예술관 큐레이터)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