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免罪符)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발행한 증서였다. 15세기 말기에는 교회의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대량으로 발행되어 루터가 앞장선 종교개혁의 단초가 되었다.

 중세 시대 로마 가톨릭의 획기적인 기획상품이었던 면죄부의 가격은 신분과 죄목에 따라 달랐다. 예컨대 근친상간이나 낙태와 같은 죄는 금화 5냥, 수도사가 처녀를 범한 죄는 금화 6냥, 성직자가 첩을 거느렸을 때는 금화 7냥이었다. 면죄 기간 역시 3개월에서 평생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죽은 조상의 면죄부도 있었다. 폐단이 쌓여 돌이킬 수 없게 되자 1567년 교황 비오 5세 때 사라졌다. 돈으로 구원받는 사람은 있어도 안 되고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부실 대응을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지난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마무리했다. 특수본은 경찰·구청, 소방서 지휘관·간부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구속자는 참사의 예측·대처를 못한 용산구청장·경찰서장 등 6명에 그쳤고, 행정안전부, 경찰청·서울시는 무혐의 처리했다.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流體化)’가 참사 원인이라 했다. 특정인이 민 것이 아니라 다중 인파가 내리막길에 몰리면서 4번 넘어졌고, 이 과정에 질식과 압사 후유증(복강 내 출혈·재관류 증후군)으로 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과실보다 검찰에 송치한 공무원 16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공동정범을 적용했다. 

 ‘살려달라는 시민 옆에 국가는 없었던 도시형 재난’이다. 위험 예측도, 상황 공유도, 골든 타임 대처도 다 겉돌았다. 국가 재난 안전 체계는 허점투성이고, ‘2차 가해’로 유족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74일간 501명이 뛰어든 수사가 윗선에 면죄부를 주고 일단락된 것이다. 유례없는 ‘인재’ 참사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시민의 물음에 응답해야 할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허망하게 끝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특수본의 면죄부가 타당하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결국 마지막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 국민들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