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으로 불렸던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위치한 '죽도'가 20일 옛 해상교통관제센터와 함께 수년째 버려진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 죽도에 대한 활용방안이 4년 만에 논의됐지만 울산시교육청과 남구청은 '부지 매입'을 두고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윤일지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주민들의 낭만과 추억 쉼터였던 '환상의 섬' 죽도가 제대로된 손길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 땅으로 계속 방치돼 있다. 민선 7기 이후 무려 8년여 만에 남구가 부지 소유주인 울산시교육청과 죽도 활용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운영·관리를 조건으로 한 무상 임대'와 '다년간 무상 임대 이후 부지 유상매입'이라는 입장차로 또다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20일 울산 남구 매암동 울산해양경찰서 울산항파출소 뒤편에 위치한 '죽도'. 들어가는 입구가 녹슨 쇠사슬로 감겨 자물쇠가 채워진 철문이 막고 있다. 윤일지 기자

20일 울산 남구 매암동 울산해양경찰서 울산항파출소 뒤편에 위치한 '죽도'. 들어가는 입구는 녹슨 쇠사슬로 감겨 자물쇠가 채워진 철문이 막고 있었다. 철문 틈 사이로 죽도 내부가 살짝 보였는데, 관리되지 않아 우후죽순 자란 나무들과 풀로 숲이 이뤄져 음산한 분위기마저 들었다. 장생포 출신 가수 윤수일이 '인어같은 소녀'를 만났다며 노래하던 '환성의 섬'도 과거 주민들의 쉼터이자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던 '핫플레이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죽도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고자 남구가 부지 소유주인 시교육청의 문을 두드렸다.

남구에 따르면 수년간 방치된 죽도를 관리·운영해 주는 조건으로 부지를 무상임대 해주면 전시실, 둘레길 등을 조성해 관광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남구 입장에서는 장생포 주민들의 소중한 공간인데다 장생포고래문화마을이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 강소형 잠재 관광지 발굴·육성사업'에 선정돼 이와 연계한 관광콘텐츠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소유주인 시교육청이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조건인 만큼 시교육청이 원하는 콘셉트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도 냈다. 죽도는 임야 3,967㎡ 부지이며 옛 해상교육교통관제센터 건물은 연면적(발전실 포함) 270.72㎡에 3층 규모다.

그러나, 협의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시교육청이 '5년간 무상 사용한 후 부지 유상 매입'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시교육청 입장에선 필요성이 떨어지는 부지여서 매도하는 것이 좋은 입장이다.

섬이었던 죽도는 지난 1995년 매립이 이뤄지면서 뭍으로 변했다. 색이 바랜 낡은 3층짜리 건물은 1981년 세워진 옛 해상교통관제센터인데, 2013년까지 사용하다 신청사로 이전했고, 건물은 교육청에 부지 소유주인 교육청에 무상 귀속됐다.

이후 남구는 빈 옛 해상교통관제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장생포 주민들의 추억과 가수 윤수일에 대한 콘텐츠를 담아내는 방안을 구상했다. 당시 남구청 실무진들이 수차례 죽도를 방문했고, 지역 주민들과의 공감대도 이뤄냈다. 그러나 2016년 당시 공시지가인 6억6,000만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년이 지난 현재도 부지 매입비가 또 한 번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남구와 최근 죽도 사용에 대한 협의를 한 건 맞지만, 부지 유상 매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사실상 흐지부지 됐다"며 "최근 공시지가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부지 매입비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죽도를 활용한다고 하면 관리비 건물 리모델링 비 등 예산이 상당 부분 투입될 건데, 부지까지 매입하기엔 예산이 부담"이라며 "지금은 협의가 되고 있지는 않은데, 조만간 시교육청에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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