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골이는 수면 중 흔히 발생하는 증상이다. 많은 사람이 피곤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건강 상태를 경고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5가지 질환을 중심으로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영롱 교수와 수면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수면 관련 호흡장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성인 10명 중 평균 2~3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수면 관련 호흡장애 증상이다.
코골이는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기류와 목젖이 마찰하면서 발생한다. 코골이의 3분의 1 이상은 수면무호흡을 동반한다. 수면 중 호흡이 끊어지면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지고 각성이 일어나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이는 만성 수면장애, 만성피로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코골이 습관이 있거나 만성피로로 고생한다면 수면장애 관련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코골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인지기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아가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고혈압 등 심뇌혈관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하고 양압기 치료 등이 행해진다. 양압기 치료는 마스크를 통해 공기로 압력을 불어넣어 무호흡을 일으키는 혀, 목젖 등을 밀어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지 않도록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 불면증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 들었지만 자주 깨는 경우, 새벽에 일찍 깨서 잠이 안 오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불면증 또는 수면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85만5,025명에서 2022년 109만8,819명으로 2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 수까지 합하면 국민의 약 20%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날 중요한 발표나 시험 등 신경 쓰이는 일 또는 스트레스, 우울, 불안, 통증, 카페인, 술, 질병, 환경 등이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다. 유발 요인 없이 나타나는 급성 불면증은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그러나 잠을 못 자는 일이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분류된다.
만성 불면증을 진단하려면 환자의 수면 병력을 확인해야 한다.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 몇 번 정도 깨는지, 그러한 증상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환자 또는 보호자를 통해 확인한다.
만성 불면증은 인지행동치료라 불리는 비약물 치료가 먼저 권고된다. 인지행동치료에는 자극조절요법, 수면제한요법, 이완훈련 등이 있다.
방영롱 교수는 "불면증은 보통 수면제가 처방되지만 급성 불면증에 한해 4주 이내로 사용하라는 것이 식약처의 권고다"라며 "스스로 불면증을 극복하고 싶다면 규칙적인 운동, 일광욕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도 자도 졸린 주간졸림증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에 심하게 졸리면 주간졸림증을 의심할 수 있다. '과다수면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활동하는 낮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반복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적정 수면 시간은 성인 기준 하루 7~8시간이다. 순환 및 교대로 근무하는 직업군에서 주간졸림증이 많이 나타난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주간 졸림을 느낀다면 기면증일 가능성도 있다. 기면증은 얼굴 근육에 힘이 빠지고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무릎이 풀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식사 등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잠에 빠져버리는 증상도 있다.
주간졸림증은 주로 중추신경자극제 계열의 약물로 조절한다. 기면증 치료는 주간졸림증 정도와 탈력발작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탈력발작 치료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등에 작용하는 약제가 사용된다.
#노인성 잠꼬대로도 불리는 렘수면행동장애
렘수면(rapid eye movement, REM)은 수면의 단계 중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는 단계의 수면으로,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보통 5~7차례의 렘수면을 경험한다.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90~120분 간격으로 반복되며 이뤄진다. 그런데 렘수면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해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한다면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는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이가 많은 환자, 특히 남성에게서 흔하게 발생한다.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해 '노인성 잠꼬대'라고도 불린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노화 또는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이 12년간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관찰한 결과 약 50%가 파킨슨병, 치매로 발전한다고 나타났다. 특히 후각 기능 감퇴는 치매와 파킨슨병의 또 다른 초기 증상이므로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기능 감퇴가 같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 중 렘수면행동장애 환자가 있다면 낮은 침대를 사용해 낙상을 방지하고 주변에 다칠 수 있는 물건은 다 치워 부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 주로 나타나는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다리가 근질거리거나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특히 밤에 증세가 심해지며 누워 있을 때 다리가 '근질근질한 느낌' '전류가 흐르는 느낌' 등이 나타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기면 다리 떨림 증상 때문에 잠들기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수면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만 21세부터 69세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연구 결과 5.4%에서 이 증후군이 나타났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신체 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밖에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으며 임신, 당뇨, 알코올의존증, 심한 다이어트, 철분 부족도 원인으로 여겨진다. 보통 중년 10명 가운데 1명에게서 나타나며 환자 3분의 2는 여성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해서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체, 어깨 등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기본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다리가 따뜻하면 상태가 나아지게 되는데 목욕과 마사지, 냉온찜질 등을 하고 추운 환경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태아 기자 kt2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