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울산 방어진국민아파트. 한 입주민이 쩍쩍 갈라진 건물 외벽을 가리키고 있다. 다음달 강제철거가 계고된 이 아파트에는 여전히 9세대가 거주 중이다.
19일 찾은 울산 방어진국민아파트. 한 입주민이 쩍쩍 갈라진 건물 외벽을 가리키고 있다. 다음달 강제철거가 계고된 이 아파트에는 여전히 9세대가 거주 중이다.

안전진단평가 최하 E등급인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 사태의 출구 전략으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의 협업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캠코는 지자체가 부지매입 문제만 해결하면 '공유재산 위탁개발' 방식으로 직접 사업비를 투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재정 여력이 취약한 동구에 적합한 재난사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어진국민아파트' 사태 관련, 가장 빠른 재개발 추진 전략으로 캠코 '공유재산 위탁개발' 방식이 거론됐다.

캠코의 '공유재산 위탁개발 사업'은 지자체가 사업 부지만 매입하면, 이후 복합개발 사업은 캠코가 직접 진행하는 식이다. 부동산 관리·개발 노하우를 지닌 캠코가 자체 사업비를 투입해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지어 지자체에 소유권을 넘겨준 뒤, 임대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본지가 타 지자체에 방어진국민아파트와 비슷한 사례를 문의한 결과 비교적 사업성이 떨어지는 노후화 건물을 재건축하기 위해 캠코와의 '공유재산 위탁개발 사업'을 출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2020년엔 보령시가 캠코와 총 988억 원대의 '생활SOC 복합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령 원도심 복합업무타운, 죽정동 복합공영주차장, 보령머드 테마파크 등의 관리·개발을 캠코에 위탁하고 캠코는 자금조달·개발·운영을 맡아 위탁기간 동안 개발비용을 회수한다.

개발비용을 장기 상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울산 동구처럼 재정 여력이 취약한 지자체에 적합하다. 아직까지 울산에서 캠코를 활용한 사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에서는 1981년 3월 준공된 부산여성회관을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11층, 연면적 1만7,022㎡ 규모의 근린생활시설로 복합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해 말 캠코와 체결하기도 했다. 붕괴우려 건물은 아니지만, 같은 노후화 건물을 대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부산여성회관 재건축은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사업비만 819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부산시 목표는 오는 2029년 부산여성플라자 준공인데, 여기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시관과 도서관, 공유오피스,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복수의 캠코 관계자는 "방어진국민아파트가 공유재산 위탁개발사업을 하기 위해선 우선 지자체 소유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수익성과 법적 문제가 없는 지 따져봐야 해 '된다', '안된다'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사업 자체가 '재정 여력이 취약한 지자체'에서 개발의지가 있는 곳에 진행되는 만큼,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있어보인다"고 전했다.
 

방어진국민아파트는 1983년에 준공된 5층짜리 아파트로 작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2023년 정밀안전진단 계측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실측지표 모두 13개 지점에서 남쪽으로 최소 3cm~최대 27cm 기울어져 있다. 이달 기준 실측 부분에서도 최소 5mm~최대 75mm가 더 기운 것으로 확인됐다.
방어진국민아파트는 1983년에 준공된 5층짜리 아파트로 작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2023년 정밀안전진단 계측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실측지표 모두 13개 지점에서 남쪽으로 최소 3cm~최대 27cm 기울어져 있다. 이달 기준 실측 부분에서도 최소 5mm~최대 75mm가 더 기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관건은 부지 매입, 즉 비용 문제다. 만약 동구가 캠코와 공유재산 위탁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면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 부지는 지자체에서 매입해야 한다. 현재 방어진국민아파트 세대 당 감정가는 6,000만원선으로, 모두 50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 아파트가 사유 재산이라는 측면을 감안할 때 동구로서는 적극 개입하자니 향후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달 현재 방어진국민아파트는 작년 진단 결과 남쪽으로 최대 27㎝ 기우뚱한 상태로 재해에 취약한 겨울 한파를 맞게 됐다. 건물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에 동구는 지난 15일 건물 상태를 점검하며 주민들에게 "제발 나가달라. 대피명령을 방해하면 최대 200만원의 벌금을 물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동구 관계자는 "부지 매입을 하려해도 재원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반 침하 상황을 주시하면서 붕괴 위험이 더 커지는 한파가 닥치기 전, 하루라도 빨리 입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당장 생계를 꾸리기도 힘든 마당에 이사할 엄두가 안난다. 제발 대책 좀 세워달라"며 버티는 중이다. 아직도 9세대가 거주 중인데 이들은 "잘 때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라고 붕괴 직전의 아파트를 왜 떠나고 싶지 않겠나"라며 "건물 철거 시 발생하는 4~5억원의 비용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나눠내야 하는데다, LH 주거지원도 '최소 2년 지원 후 연장 가능'할 뿐 평생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임채윤 동구의원은 "동구가 비용을 문제로 가장 시급한 사업인 '재난대응' 사업에 방관해선 안된다. 동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캠코나 LH 등 다른 공공기관과 연계해서라도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캠코 측에 문의해봤더니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라고 하더라. 재원 문제도 재난 대응을 위해 '예비비'나 '기금'이 편성돼 있는데, 울산시나 다른 곳과 협조해 확보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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