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울산 중구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이수화 기자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울산 중구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이수화 기자
입주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가 정작 공정률 90% 수준에서 중단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 간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수백 세대의 입주 일정도 안갯속에 빠졌다.

22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우정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일대. 평일 낮시간임에도 공사 장비와 인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하늘 높게 오른 아파트 기둥은 내부 공정이 덜 돼 회색깔 시멘트가 그대로 발라져 있고, 기반 공사도 이뤄지지 않아 누런 흙바닥에 각종 장비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를 맡은 이 아파트는 오는 30일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 공정률은 90%대에 머문 채 대부분의 공정이 멈췄다. 일부 마감 공정만 소규모 인력이 투입돼 진행 중일 뿐 대부분 공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공사 차질은 시공사인 A건설과 하도급업체 간 공사비 지급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업체들은 수개월째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현장에서 철수했다. A건설은 시행사인 조합이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아 하도급업체들에게 줄 수 없었단 입장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수개월째 중단된 데다, 입주예정일이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이미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조합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입주일을 믿고 기존 집 처분과 전세 계약, 대출 계획까지 모두 세워뒀는데 이제 와서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막대한 피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일반분양자들 중에서는 20가구가 약정 해지가 가능한 3개월 뒤에 위약금을 받고 나가겠단 의사를 내비칠 정도”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분양 당시 안내받은 내용과 실제 시공 내용이 다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다른 입주예정자는 “단지 내 물놀이장이 있다고 해서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막상 설계도를 받아 보니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며 “여기에 가구 내 창호(샤시), 재질 등이 당초 설명과 달라졌다. 설계 변경이 있더라도 입주예정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공사비 확보가 지연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사 중단의 직접적인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고 반박했다. 추가분담금 납부와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공사와 체결한 책임준공 약정에 따라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는 것.

조합 관계자는 “A건설은 PF 대출과 준공금, 시공보증 등과 연계된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조합 자금 조달이 일부 늦어졌더라도 시공사는 약정된 준공 시점에 맞춰 공사를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시공사 측에 공사비 약 180억원을 지급 완료했다”며 “시공사가 7월부터 정상적으로 공사를 재개할 경우 이르면 11월에서 12월 사이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분양자들의 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서는 “계약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할 경우 계약서에 따른 위약금 10%를 정상 지급하겠다”며 “준공 후 A건설을 상대로 지연배상금 소송을 걸어 분양자들의 잔금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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