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작년 안전진단평가 '최하 E등급'을 받아 올 연말 강제 철거가 예고된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가 남쪽으로 최대 27㎝나 기운채 매시간 급격하게 기울며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는 벌금을 물어서라도 연말까지 퇴거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전체 50세대 중 6세대는 "살 길이 막막해 대책 없이는 떠날 수 없다"며 이사불가를 고수해 난항이 예상된다. 동구의회는 '강제성'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고 임시회에서 아파트 지반침하 관련 추진상황을 엄밀히 따져 보고받기로 했다.
17일 본지가 입수한 '2023년 정밀안전진단 계측자료'에 따르면 방어진국민아파트는 남쪽으로 최소 3cm~최대 27㎝ 기울어져 있다. 실측지표는 모두 13개 지점이다.
이후 동구청은 이 아파트에 자동계측기를 설치해 매 시간 기울기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측기는 0~1 정도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단, 실측의 경우 최소 5㎜~최대 75㎜까지 큰 폭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간이 갈수록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1983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난 2022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작년엔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건축물 내력 상실과 침하가 주된 이유인데, 1년마다 정밀 안전진단 결과 등급이 1단계씩 떨어질 정도로 붕괴위험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아파트 측면엔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다급해진 주민들은 지난 13일 긴급 반상회를 소집해 '철거'냐, '주택재건립'이냐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14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한 떠나지 않겠다는 세대는 6세대다. 당시 반상회에는 전체 50세대 가운데 총 40세대가 참석했다. 36세대는 살 길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사했지만 대책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달려왔다. 하지만 결국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채 헤어졌다.
여전히 이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이젠 지자체에서도 더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행정도 손 놓은 것 같다"며 "아파트가 기우는 게 우리 잘못이 아닌데, 건물이 붕괴돼 사람이 죽어나가야 대책을 세워줄건가"라고 따졌다.
지난달 중순 이사를 떠난 한 주민은 "이 아파트에 사는 동안 입주민 배려로 월 40만원을 받고 아파트 청소원으로 일하며 몸이 불편한 남동생과 같이 살았다"면서 "잘 때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도 떠날 수 없었던 건 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었는데, 안 나가고 버티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일단 LH 주거지원을 받아 2년 임대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동구의회는 이 문제가 강제성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자체의 선제적인 '재난 대응 지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동구의회는 18일 제244회 임시회에서 동구청으로부터 '방어진국민아파트 지반침하 관련' 추진 상황을 엄밀히 따져 보고받기로 했다.
임채윤 의원은 "현재 동구는 올해 말까지 퇴거를 요청하는 계고장 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못한 그야말로 탁상행정 절차"라고 질타했다.
이어 "방어진국민아파트 문제는 울산의 재난 대응 지표가 될 수도 있는 데, 재난 대응 국면으로 전환해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방어동사무소 교육 공간이 부족해 인근 문화센터 지하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방어진국민아파트를 매입해 교육·문화·체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다방면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구 관계자는 '올 연말 퇴거 후 철거'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지난달 이후 잠시 중단한 현장 방문 전수조사도 다음달 중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