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가까운 유치원에 보내려했는데 대기번호 100번대를 받았다. 유치원 보내기 힘들어 다른지역으로 이사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울산 중구 복산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한 학부모는 최근 5세 자녀를 집과 가까운 유치원에 보내려다 대기순번이 100번대인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1,2,3지망까지 지원했지만 모든 유치원이 대기상태. 유치원에서는 5세반 빈자리가 2~3명, 5~6명 있다고 말한 터라 불안한 마음은 커져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유치원 '5세 입시'(원하는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표현으로 통상 영어유치원 입시 사례에 쓰였는데 최근에는 유명 공·사립유치원 입학에도 사용되고 있다)라는 말이 괜한말이 아니더라"라며 "대기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면 경제적 여유가 많아서라기보다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유치원에 보내야하나 생각하고 있다. 동생도 유치원에 보내야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유치원 수가 많은 남구로 이사가야하나 생각까지 하게된다"라고 밝혔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울산 중구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로 유치원에 입학하려는 아동수가 확 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치원 입학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집과 가까우면서도 교육 프로그램이 좋은 공·사립유치원을 선호하면서 일부 쏠림현상이 생겼고, 과열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울산교육청 유치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구지역 유치원은 공립 19곳, 사립 12곳이다. 이중 복산동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곳은 공립 5곳, 사립 7곳 정도로 압축된다. 이들 중에도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고싶어하는 '선호유치원'은 공립 2곳, 사립 5곳 정도다. 최근 유치원 입학 지원을 받은 결과 선호유치원은 경쟁률이 치열해 대기번호가 수십번에서 100번대까지도 나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눈치게임을 잘해야한다. 대학입시보다 유치원 입학이 더 힘들다"라는 농담섞인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지망 유치원에 입학하지 못하면 남은 자리의 유치원에 보내야하는데 집과 멀어지는 탓에 고민이 커진다. 학부모들은 공립보다는 사립유치원을 선호한다. 공립유치원은 방학기간이 길고,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등의 잦은 파업으로 아이를 돌봐야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사립유치원은 정해진 시간만큼은 책임지고 돌봐주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아이를 보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울산교육청이 사립유치원 만 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 이왕이면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도 있다.
6세 자녀를 둔 학부모는 "보내기 싫은 유치원에 마지못해 등록하는 것도 우려되는데 그마저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알음알음 유치원을 옮기는 학부모가 있는지 수소문해서 빠짐과 동시에 바로 등록해보려한다"라며 "중구 지역에 대규모 인구 유입이 됐으면 수요에 따라 공급도 제대로 돼야 하는데 유치원 보내기 힘들어지면 사는 지역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유치원이 확충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거주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유치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울산교육청은 유치원 입학신청기간 일부 유치원에 한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여파로 아동 수 감소에 유치원 수가 일부 줄었지만, 중구 지역 거주 아동을 모두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구 지역 유치원 추가 개원 계획은 현재로서는 대규모 거주단지 조성중인 다운지구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중구 복산동 대규모 아파트 입주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유치원 입학 지원자가 많다는 상황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기유치원이 대기상황이고, 나머지 유치원은 아동 수용 가능한걸로 안다"라며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되는 곳에서 유치원 입학 과다경쟁 양상은 반복적으로 생기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학령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유치원 추가 개원은 힘들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