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위 둥실둥실 떠 있는 배에서 100년 역사를 간직한 울산 장생포초등학교의 특별한 졸업식 열렸다.
18일 오전 10시. 미세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졸업식장 한 가운데, 학사모를 쓴 졸업생 3명이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다. 그 뒤로는 19명의 학생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리를 메웠다.
총 재학생 22명인 장생포초등학교는 이날 남구 장생포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고래바다여행선에서 졸업생 3명을 위한 특별한 졸업식을 열었다.
이날 졸업식(80회)은 재학생, 가족, 마을주민 등 50여명이 함께했다.
졸업식 오프닝 프로그램으로 학교 재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우쿨렐레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졸업생을 위해 후배들과 가족들이 보낸 영상편지가 상영되며 뭉클한 감동도 전했다.
졸업생들에게는 졸업장 및 상장과 함께 남구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장생이 인형과 무선헤드셋도 수여됐다. 장생포초등학교총동문회에서는 졸업생들에게 각 5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 학교 33회 졸업생인 이귀남 총동문회장은 "졸업을 축하하며 장생포초등학교에 자부심을 갖고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송사는 재학생 대표로 김지유 학생(5학년)은 "6학년 선배들이 떠나고, 저희가 선배가 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오늘이 지나면 언니,오빠들과 지냈던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어머니 등과 함께 4대가 이 학교를 다녔다고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선상 졸업식은 남구 장생포 고래특구 내에 있는 유일한 학교의 졸업식을 홍보하고 학생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기르기 위해 마련됐다. 78회, 79회에 이어 세 번째다.
졸업을 앞둔 양찬민(13) 학생은 "학교 운동장이 아니라 배에서 졸업식을 하니까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라며 "학교에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외롭기도 했는데, 남은 친구들이랑 같이 놀아서 괜찮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복필 장생포초 교장은 "선상에서 열린 졸업식이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길 바란다. 우리 학교는 선상 졸업식의 전통을 살려 내년에도 이렇게 선상에서 졸업식을 열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장생포초등학교는 내년도 졸업생도 한자리 수에 머무를 예정이다. 현재 재학중인 학생은 △6학년 3명 △5학년 5명 △4학년 4명 △3학년 3명 △2학년 5명 △1학년 2명이다. 장생포초등학교는 1920년 울산만 공립심상소학교에서 시작해 장생포공립국민학교로 불리다 현재는 장생포초등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장생포초는 고래 포경이 가능했던 시절 부를 쌓기 위해 어민들이 몰리면서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다가 1986년 포경 금지 이후 주민들이 다른지역으로 떠나면서 학생수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에는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울산교육청은 두학년이 한교실에서 수업하는 복식학급 운영을 결정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