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시가 장기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대기업이 상당수인 현실의 벽에 부딪혀 출구전략 마련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규모 생산공장은 울산에 두고 있지만, 정작 본사는 수도권인 대기업 비중이 크다보니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개별 기업의 경영 상황까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한 울산·여수·대산지역의 고용·경제위축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지역 산업위기 선제대응' 제도 요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아 추가 보완이 절실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울산지역 석유화학 업체는 293개사(전국 대비 2.9%)로 2만7,000명의 종사자(전국 대비 7.1%)가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생산액은 153조6,000억 원으로 전국 생산액의 30.7%에 달한다. 이는 울산 제조업 전체 종사자의 17.1%, 울산 전체 생산액의 절반 이상인 55.3%에 해당하는 규모다.

1967년 3월 국내 최초의 석유화학산단으로 지정된 울산은 △전국 화학산업 총 생산액의 30% 이상 △연간 석유화학 생산액 전국 1위를 담당하며 국가 비전인 '세계 5대 화학 강국' 실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으로 오는 2028년 이후에도 업황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생산물량의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지금까지의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은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이에 울산시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석유화학산업의 금융·재정, 연구개발(R&D), 수출 지원 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안승대 행정부시장은 지난달 21일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제2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물론 지정요건 완화를 건의했다.

그 결과 산업부는 이날부터 지정 문턱을 낮춘 '지역 산업위기 대응 제도의 지정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전국 생산지수'를 지역특화 지표인 지역 생산액 또는 생산량으로 대체해 지역 산업의 위기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피보험자 수 감소, 사업장 수 감소, 생산실적 감소 중 1개 이상 충족할 것 등이 포함됐다.

단, 울산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려면 반드시 입증해야 하는 '지역주력산업의 현저한 악화' 요건은 여전히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일례로 산업부는 기존 요건 중 '전국 생산지수의 최근 6개월 평균이 100미만이면서,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감소(3개월 연속)'를 완화시켜 '생산액 또는 생산량이 전년 동기 및 전전년 동기(2년 연속) 대비 5% 이상 감소'로 조정했다.

그러나 울산은 물론, 여수와 대산 역시 완화된 요건을 적용해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받기엔 현실의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생산액 또는 생산량이 전년 동기나 전전년 동기 중 1회라도 10% 이상 감소'한 경우로 요건을 추가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수는 이번 개정을 통해 신설된 요건 중 '대내외 충격 등으로 주력산업 기업·사업체가 타지역 또는 해외로의 이전계획, 구조조정(공장설비나 고용인원 감축) 계획, 법인 또는 사업장의 폐쇄 결정 등으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를 우회로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울산은 중소기업이 상당수인 여수와 달리 대기업이 많아 개별 기업의 경영계획을 일일히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생산지수 감소로 2023년엔 -15.2%를 찍었지만, 2024년엔 정부 개정안 기준인 -5%에 미달되는 -4.7%를 기록했다"면서 "울산·여수·대산 모두 이 기준을 '최근 2년 중 단 한 번이라도 생산량이나 생산액이 -10% 이상 감소'로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산업부는 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최대한 완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울산은 여수처럼 우회로를 찾을 방법도 묘연해 다소 신청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올해 1/4분기 데이터가 나온 뒤 오는 6월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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