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울산 남구에서 특수재난훈련센터 준공식이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필자는 한 구석에 앉아 남다른 회한(悔恨)이 밀려오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2010년 12월 SK 대강당에서 필자가 발표한 RUPI사업 100대 액션플랜 중 하나인 ‘석유화학단지 종합소방훈련장’ 구축사업이 15년 만에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RUPI사업은 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을 뜻한다.
울산소방본부 특수재난훈련센터는 석유화학플랜트 훈련장을 비롯해 옥외탱크 훈련장, 이동탱크 훈련장 등 총 7종의 특수재난 대응 훈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잦은 화재·폭발로 인해 잠재적인 화약고 혹은 시한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는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특수재난 사고에 대응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기관이다.
이 센터에선 소방공무원 및 기업체 자체 소방대원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평상시에 실제 화재·폭발 상황을 반영한 훈련을 통해 소방대원들이 재난현장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필자는 현재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가 구축돼 있는 울산(1972년), 여수(1979년), 대산(1991년)을 ‘석유화학 3형제’라 부른다. 그중 맏형인 울산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준공된 대표적인 석유화학 공업도시로서, 노후 지하배관이 즐비해 대형화재 및 특수재난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울산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전국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150건의 중대사고 중 33건(22%)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산업단지공단 분석 결과, 사고 유형은 가스·화학물질 사고 7건, 화재 6건, 폭발 5건 순이었으며 인명피해 건수도 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미포국가공단 및 온산국가공단 등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총 470개소로, 전국 유해 화학물질의 약 25%를 취급한다. 또한, 석유화학단지 지하에는 화학관, 가스관, 송유관 등 총 1,775㎞에 달하는 노후 배관이 매설돼 있다. 이중 매설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배관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지역적 특수성 탓에 가스 및 화학물질 유출, 화재·폭발, 산업재해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특수재난훈련센터가 석유화학공단 한복판에 들어선 것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RUPI사업단장으로 직접 참여한 필자는 이번 훈련센터 준공과 관련해 2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 하나는, 석유화학단지 노후 지하배관의 안전한 관리 및 폭발사고 방지를 위한 ‘통합파이프랙 구축 사업’의 재추진이다. 이 사업은 몇 가지 논란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진짜 화약고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재난관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예방이기에 재추진이 절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울산 남구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이 갖추고 있는 ‘화학사고 대응 기술센터’와의 연계 및 활용이다. 유해화학물질은 특성에 따라 고상·액상·기상으로 분류되며 물질의 특성에 따라 누출·유출, 화재·폭발, 독성 등 다양한 형태로 사고가 발생한다.
이 회사는 화학물질의 특성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6개의 이동형 방재차량 및 3기의 보조장비를 개발해 화학사고 대응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현장 사고 처리는 누출된 오염물질을 안전하게 포집해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 차량과 안정화 처리 차량, 잔류 고상·액상 물질 처리 차량, 화학물질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매립이나 소각, 수처리 등을 담당하는 차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울산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의 안전 문제는 공단 조성 이후 오랫동안 계속 제기돼 왔으며, 대형 재난을 우려하는 울산 시민들의 피로감도 크게 누적된 상태다. 최근에도 대형 유류탱크 폭발 화재와 수소 배관 폭발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석유화학공단의 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울산 시민의 오랜 염원이다. 이번에 문을 연 울산 특수재난훈련센터가 시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