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름(32) 씨는 3살 쌍둥이 딸들을 양손에 잡고 중구 태화동 제7투표소가 설치된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성바름(32) 씨는 3살 쌍둥이 딸들을 양손에 잡고 중구 태화동 제7투표소가 설치된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대한민국을 살릴 제대로 된 일꾼이 뽑히길 바랍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3일 울산에서는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투표소를 찾은 100세 할머니와 선거에 관심 없던 대학생, 가족 단위 유권자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장수 어르신 소중한 한 표···생애 첫 투표도

울산 울주군 온양읍 하서마을 주민 김두리·오무식(100) 어르신은 휠체어와 보행기에 의지한 채 선거 안내원의 부축을 받으며 온양읍 행정복지센터 3층에 마련된 온양읍 제1투표소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김 어르신은 "우리나라가 좋아질 수 있도록 일할 대통령을 뽑는 날인데, 어젯밤부터 행여나 아파서 투표를 못 할까 봐 잠도 안왔다. 몸이 힘들고 머리가 어지럽고 그러면 투표하기 힘들었을텐데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깨끗하더라. 기분좋게 준비해서 집에서 나섰다"면서 "투표장이 집에서 멀기는 해도 예전 투표장보다는 가까워졌다. 이 정도면 바로 앞이다. 몸이 안 아픈데 당연히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 어르신은 "투표 날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후보들 모두 나라와 국민을 살리려고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도 좋고 우리 울산과 온양읍도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최모 학생은 3일 복산동 제2투표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생애 첫 한표를 행사했다.

최 군은 "지난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선거까지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번 선거는 나라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한 표를 투표할 수 있게 된 만큼 나라를 바르게 이끌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울산을 떠나 경남 거제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는 본선거일에 맞춰 울산까지 와서 직접 투표를 행사했다.

중구 성안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그는 "나의 한 표로 대통령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왕복 5시간이 걸리지만 기쁜 마음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며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고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투표장은 생생한 교육의 장

비교적 젊은 인구가 밀집한 중구 혁신도시 일대 투표장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성바름(32) 씨는 3살 쌍둥이 딸들을 양손에 잡고 중구 태화동 제7투표소가 설치된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성 씨가 기표소로 들어가 투표하는 동안 아이들은 기표소 밖에서 엄마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성씨는 "아이들도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건데 미리 접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7살 아이의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온 이정화(48) 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오늘이 대통령 선거 날이라고 배우고 왔더라. 워낙 미디어에서 후보자들이 많이 나와서 아들이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면서 "기표하고 접은 투표지를 아이가 투표함에 넣을 수 있도록 현장 관계자가 도와줬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어머니, 남편, 초등학생 아이 3대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옹민지(34)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올라갔는데 작년 12월에 계엄령부터 시작해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성인이 되면 스스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까 싶어서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강재환(56)씨는 아내와 자녀 모두 함께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하고는 "나라가 좀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강씨의 아내와 딸은 투표장을 배경으로 서로 인증샷을 찍어줬다. 특히 딸은 기록을 위해 매번 선거마다 투표확인증을 받아 모은다고 전했다.

#유권자들 한마음으로 '안정' 바라

이번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나라가 안정적이길 희망했다. 그래서 정당을 보기 보다는 토론을 챙겨보고 누굴 뽑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남구 대현 제2투표소에서 만난 이창수(38 )씨는 "국민들을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대통령이 당선돼 올바른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전했고, 장성욱(32)씨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현장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됐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또 9월 아기가 태어나는데 민주시민으로 잘 클 수 있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강갑숙(74) 씨는 "이번에는 니편내편 가르지말고 협력해서 나라를 안정적으로 되돌려 국민들이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라고 간절함을 전했다.

#투표 장소 혼돈 잇따라

투표소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되돌린 유권자들도 잇따랐다.

남구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야음 동부아파트 탁구장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가 "집 근처 가장 가까운 투표소에 갔는데 아니라고 했다. 벌써 3번째 잘못왔다"면서 말했다.

온양읍 제1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투표장으로 들어가기 전 안내원에게 "지정 투표장 아니어도 투표 가능하죠?"라고 물었다가 사전투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되돌아갔다.

#주취자 행패·투표소 촬영 등 소동

사전투표를 하고도 다시 투표하겠다고 투표장에서 행패를 부린 주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중앙동제1투표소인 중앙동행정복지센터에서 50대 남성 A씨가 투표를 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이미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관계자들의 퇴거 명령에도 응하지 않자, 경찰이 출동해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남성은 관할 경찰서로 인계됐고 곧 조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동구 일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일산동 제1투표소에서는 부정투표 의혹 소동이 일었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투표하러 온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끝부분을 사전에 수십 장 잘라둔 것에 대해 부정행위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 이 유권자는 선거인명부 확인란에 이름을 흘려 썼는데, 정자로 쓰라는 투표 사무원의 안내에도 명의 도용 가능성을 주장하며 고집을 부리며 소란을 피웠다. 소란이 이어지자 경찰과 투표사무원들이 해당 유권자를 퇴거 조치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잘라둔 것에 대해 "절취가 어려워 바쁠 경우 대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9시께는 북구 농소3동 제6투표소에서는 여성 유권자 1명이 투표소 안의 선거사무원들이 일하는 모습과 다른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등을 휴대전화로 찍다가 제지당했다. 이 여성은 선거사무원들의 퇴거 요구에도 계속 사진을 찍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투표소 밖으로 이동 조치했다.

남구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수령 여부를 표시하는 서명란에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 서명이 기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선관위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거주하는 데다 이름도 같아 착오가 있었다. 별다른 부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신분 확인 후 정상 투표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함 특수봉인지 훼손 등 '옥의 티'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에 마련된 북구 개표소에서 이날 오후 8시 33분 개표를 시작한 가운데 개표함에 부착된 특수봉인지가 훼손돼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사전투표함이 막 개함 중이던 오후 8시 36분께 무소속 개표참관인 2명이 송정1-1사전투표함에 부착된 특수봉인지가 훼손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투표함 양쪽에는 검은색 특수봉인지 2개가 부착돼 있는데, 해당 사전투표함의 한쪽 특수봉인지가 탈부착 시 드러나는 일종의 표식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특수봉인지는 부착했을 때는 민무늬지만 이를 뗄 경우 하얀색 'VOID OPEN'이란 일련번호가 뜨는 잔류형 보안라벨이다.

이 개표참관인들은 "다른 투표함의 특수봉인지는 다 검은색인데, 이 개표함의 특수봉인지만 일련번호가 뜬 걸 보고 손을 들었다"며 "개표함을 들고 오기 전에 누군가 함을 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선관위 관계자는 한쪽 특수봉인지만 훼손돼 있는 점을 들며 선거부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개표함을 열려면 양쪽 특수봉인지를 모두 뜯어내야 한다. 한쪽만 훼손돼 있고 다른 한쪽은 멀쩡하기 때문에 중간에 누군가 개표함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표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의제기가 지속되자 선관위는 각 정당 참관인들 입회하에 특수봉인지 하나가 훼손되더라도 하나가 부착돼 있으면 개표함이 열리지 않는 것을 직접 검증했다. 이를 확인한 참관인들은 이의제기를 철회했고, 송정1-1사전투표함 2개는 오후 9시 2분께 함을 열고 개표에 들어갔다.

선관위의 매끄럽지 않은 개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개표함이 막 들어오는 시점에서 개표참관인과 개표사무원들에게 용변을 미리 해결하도록 안내하면서, 개표함을 들고 오는 인원과 화장실을 가는 인원들이 겹쳐 일정 시간 혼란을 겪었다.

북구개표소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 천장 누수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임시 천막 모습.
북구개표소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 천장 누수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임시 천막 모습.

또 오토밸리복지센터 체육관이 천장 누수 문제가 있음에도 개표소로 선정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 체육관은 노후화로 인해 에어컨을 작동할 경우 천장에 결빙이 생기면서 물방울이 맺히는데, 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천막을 설치했다. 지난해 22대 총선 때도 이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개표소로 활용했는데, 참관인들 사이에서는 만에 하나라도 물이 떨어져 투표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단 지적이 나왔다.

이날 오후 9시 3분께 개표를 시작한 문수체육관 남구개표소에서는 무거동 관내투표함을 확인하던 중 별도의 투표봉투가 확인됐다. 남구 유권자가 실수로 관외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은 것을 확인하고 봉투에 넣어 관내투표함에 다시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투표 마지막에 개표해 유효표로 처리할 예정이다.

동천체육관에 마련된 중구개표소와 전하체육센터 대왕암홀에 마련된 동구개표소, 온산문화체육센터 체육관에 마련된 울주군 개표소도 이날 오후 8시 38분에서 56분 사이 개표를 시작했다.

뉴스콘텐츠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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