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를 빼려다가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바람에 버리고 대피했습니다."
지난 19일 내린 폭우로 울산 울주군 언양의 한 아파트 앞 공터에서는 차량 50여대가 완전히 물에 잠겨 지난 태풍 '차바'의 악몽이 재현됐다.
20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울산에는 평균 171.9㎜ 비가 내렸다. 지역에 따라서는 두서 332㎜, 삼동 269㎜, 매곡 193mm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시간 최대 평균 강수량은 58.5㎜로 나타났다.
특히 비가 집중된 19일 오전부터는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에서는 한 아파트 앞 공터가 물에 완전히 잠겨 주차된 차량 약 51대가 침수됐다. 이 일대는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주민 1명이 사망하고 수백대의 차량이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고두현(45) 씨는 "오전 6시 20분쯤에 비가 많이 온다는 아파트 방송을 듣고 공터에 주차된 차를 빼러 나왔다"라며 "제방에 물이 다 차오른 걸 보고 아찔했다. 차를 빼고 오니까 순식간에 차 지붕까지 덮을 정도로 물이 불어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차를 빼다가 물이 너무 불어나서 그대로 대피하기도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A 씨는 "아이들이 며칠 전 방학해서 아침 늦게까지 잤다. 그런데 보니까 내 차가 침수됐다"며 "지금 겨우 차 안에 있는 캠핑용품 정도만 챙겨서 나왔다. 이런 피해는 예전에 태풍 차바 이후로 처음이다"고 말했다.
태화강에는 홍수특보가 내려졌으며, 강물이 범람해 강변 산책로, 국가정원 십리대숲 등이 침수됐다. 온라인 지역 카페에서는 벤치, 패들보드 등이 물에 떠내려간다는 목격담도 올라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울주군 사연댐 수위가 57m를 기록하며 오전 한때 완전히 물에 잠기기도 했다.
주민 대피도 잇따랐다.
북구 달천마을에서는 주민 1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울주군 당산·하잠·사촌마을에서는 11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침수를 대비해 사전 대피했다.
침수 피해 등으로 서울산IC 진입로, 언양 반천 지하차도 등 도로 24곳도 한때 통제됐다.
산사태, 토사유출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58분께 울주군 범서읍의 한 사찰에서 산사태로 1명이 다쳐 병원에 이송되는 등 산사태·토사유출 관련 신고가 8건 경찰에 접수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경찰 신고는 모두 181건으로 도로 침수 등 교통불편 129건, 주택 침수 3건, 신호기 등 고장 27건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는 계곡 고립, 도로 침수로 차량 내 고립 등 인명구조 5건, 배수지원 4건, 안전조치 40건 등 출동했다.
상습 침수지역인 중구 태화종합시장은 지자체와 소방이 대형 배수펌프 등을 사전 배치하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발효된 호우 특보는 19일 오후 6시 해제됐다.

울산시는 침수됐던 태화강 국가정원 일부 구간에서 복구 작업을 펼쳐 다시 개방했다.
시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19일 오후부터 중구 남구와 협력해 현장에 인력 130여명과 살수차, 스키로드 등 장비 30여대를 긴급 투입해 강변 산책로와 광장 등 주요 구간의 진흙과 쓰레기를 제거했다.
다음날에도 오전부터 인력 100여명과 장비 20여대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 물빠짐이 늦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간에 대한 복구를 마쳤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