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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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발생한 스토킹 범죄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남성은 피해자 여성에게 400여건의 문자를 보내며 집착을 이어갔다. 피해자 집 앞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참극으로 이어졌다.

# 전자발찌 제한적 감시 '사각지대 여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피해 여성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김 모(32) 씨는 경찰이 가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며칠 뒤 거주지 인근에서 가해자와 마주쳤다. 불안감에 휩싸인 김씨는 결국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접근금지 명령이란 게 결국 종이쪽지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외출할 때마다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몇 번씩 주변을 살펴봐야 했다"라고 밝혔다.

2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접수된 스토킹 신고 건수는 5만5,000여건, 하루 평균 86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검거된 1만7,000여명 중 35%는 벌금형, 45%는 집행유예였다. 실형 선고는 20% 미만에 그쳤다.

초범인 경우, 잠정조치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스토킹범죄가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음에도, 가벼운 처벌이 피해자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스토킹 범죄 구속률도 2021년 7.1%에서 이듬해 3.0%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해야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구조다. 재범률도 높다. 법무부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 4명 중 1명은 1년 안에 재범한다. 지난 28일 울산 사건처럼 잠정조치 위반이 사후에야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잠정조치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실시간 감시하거나 확인하는 시스템은 허술하다.

2024년 1월부터 스토킹 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 부착이 가능해졌지만, 적용 대상은 살인·성폭력 전과자 등으로 제한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초범이나 일반 가해자는 '자율 준수'에 맡겨진다.

경찰 관계자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주거지에 CCTV를 설치해 가해자가 주변을 서성거리는지 확인하고 통보한다"라며 "사전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복이 가능하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 해외 '반복성'·'정신적 피해' 중심 강력 대응

해외 주요국은 스토킹의 반복성과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중시하며 강력 대응한다.

일본은 반복적인 접근이나 연락만으로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스토킹보호명령'으로 법원이 가해자에게 GPS 착용, SNS 접근 차단 등을 명령하며, 위반시 실형에 처한다. 미국은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고, 피해자 휴대전화에 접근 경고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상시 가동한다.

국내에도 지난해 1월 전자발찌 제도 도입 후 효과가 입증됐다. 이 제도는 가해자가 피해자 2㎞ 이내 접근하면 자동 경고문자가 발송되는 방식이다. 경찰도 곧바로 출동한다. 스토킹 관련 전자발찌 도입 1년 동안 약 5,000건이 감지됐고, 피해자에게는 1만1,000여건의 경고가 전송됐다. 이 기간 실제 피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한정돼 상당수 가해자는 여전히 추적망 밖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해자 격리, 실시간 추적 없이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보고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범죄피해 지원기관 관계자는 "스토킹 피해자는 매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라며 "피해자가 직장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야 하는 현실에서, 법과 제도는 여전히 피해자 뒤에 머무르고 있다. 가해자를 감시·격리하는 장치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는 "스토킹 가해자의 특징은 집요함이다. 거절당한 감정을 집착으로 바꾸고 상대의 일상에 개입하려 하는 것이 사건으로 이어진다"라며 "이 집착을 끊으려면 물리적 접근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피해자의 안전이 가해자의 자유, 사생활보다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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