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외식 전 남구의회 의장·전 울산과학대학 유아교육과 겸임교수·강남새싹유치원장
변외식 전 남구의회 의장·전 울산과학대학 유아교육과 겸임교수·강남새싹유치원장

  모처럼 찾아온 휴식의 시간이었던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필자는 건강검진을 겸해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됐다. 대부분의 방학 기간은 아이들 교육이나 학부모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교육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올 여름방학은 그런 의미에서 건강검진을 겸해 서울투어를 통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름에 우련히 경험한 샤갈과의 만남은 감동이었다. 예술 공간을 탐방하고, 오랜만에 미술 작품 속으로 깊이 빠진 가슴이 뛰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세계 여러 곳을 방문했고 파리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고흐나 세잔, 피카소, 앙리 마티스, 모네, 미켈란젤로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미술관을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언젠가 다시 유럽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오르세 미술관만큼은 다녀오고 싶다는 바람이 가슴 한켠에 남아 있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나에게 마치 선물처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푸른색으로'라는 제목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파리를 가지 않아도 마르크 샤갈의 진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니 큰 행운이었다. 색채와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샤갈은 단지 화가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념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예술로 승화시킨 영혼의 치유자였다.

  유대인으로서 차별과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며 절망 속에서도 기쁨과 사랑, 희망을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아름다운 색채와 상징적인 이미지, 4차원의 시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작품 속 '고향 마을', '나와 마을'을 통해 그가 벨라루스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느낄 수 있었고, '바바의 초상', '신랑 신부와 천사', '파리 위의 신부'에는 둘째 부인 바바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에 '파리의 밤', '에펠탑과 당나귀', '노트르담의 괴물', '니스의 승리'는 그가 얼마나 파리와 니스를 사랑했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특히, 성경 이야기와 프랑스 '라퐁텐 우화', 그리고 '보물을 잃은 구두쇠' 등 총 200여 점의 삽화 판화는 자라나는 유아들에게도 상상력과 지혜를 키워줄 수 있는 소중한 예술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르크 샤갈 전시회를 보고 난 후, 필자는 '희망의 색'이라 불리는 푸른색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짧은 여름방학이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도 의미 있고 감명이 깊은 휴가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울 여행의 감동이 가시기 전, 고향 울산에서도 반가운 전시 소식을 접했다.

  울산 장생포문화창고에서 오는 10월 21일까지, 조선 후기 3대 화가인 김홍도, 신윤복, 정선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전시는 K-아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한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당시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희로애락이 오롯이 전달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민들에게 활기와 희망을 전하려는 따뜻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신윤복은 조선시대의 멋과 풍류를 세련된 필치로 전했고, 정선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산수화로 감동을 준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조선인의 미의식과 예술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부분은 울산이 이제 문화 예술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 생태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며, 시민 누구나 가까이서 예술을 접하고 예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모습에 울산 시민으로서 무척이나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든든하다. 그런 여러가지 문화적 콘텐츠들로 인해 이번 여름방학 동안 몸도 마음도, 감각도 한층 더 풍요로워진 시간이었다.

  예술이 주는 위로와 감동은 언제나 삶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일상에서도 예술과 가까이하며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여정을 함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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