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프라 수도권 쏠림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꺼낸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 의료계에서 나왔다.
재정 지원과 의사 처우개선 선행이 먼저라며 반발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상적인 대안만 바라보기엔 지방 의료체계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장 다음달 1일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국내 최고로 꼽히는 '빅5' 병원 중 일부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병원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지방 연쇄 이동 우려가 실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병원 필수의료 분야에서 수련받던 전공의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면서 의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 역시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공의 복귀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수도권 대형 병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필수의료 분야나 인턴이나 레지던트 저연차(1년차)의 경우 지방 병원 등 외부 인력이 지원한 경우가 꽤 있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지방 병원의 지원율이 50%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 의료 현장에서는 제도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의료 인력 지역 배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필수의료 붕괴 등 국내 의료체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특수 목적 의대)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공의대 신설을 현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꼽았다.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할 인력을 따로 양성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캠퍼스나 수련 기관과 연계하는 방식 등의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제한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교대 같은 경우를 보면 임용고시를 볼 때부터 해당 지역으로 지원을 하게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곳에 근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의 이동이 가능하다. 의료계도 지역 간 교류가 가능하게 설계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대 규모는 현 의대 정원과 별도로 300명가량 추가로 확보해 운영하거나, 현 정원에서 300명을 차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별도의 정원 300명을 증원을 의료계 등에서 반대한다면 각 의과대학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해 300명을 차출하는 등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라면서 "기존 의과대학의 정원이 고정돼 있는데, 그들이 지역사회에 기여가 없으면 줄이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재정 지원과 처우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옥 교수는 "지역 간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의료인프라 개선 즉 정주여건 개선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정주여건 개선은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의 과제"라며 "계속해서 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지역 간 경쟁으로 될 수밖에 없고 한도 없이 가격만 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강제적으로 인력을 묶어둘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더 강력한 정책을 꺼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들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복지위가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법안들을 상정해 심의했지만 사회적 공론화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