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대송고 교사
안상길 대송고 교사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제출한 서평을 읽으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문장은 놀라울 만큼 매끄럽고 문단의 구조도 정갈했지만 정작 그 학생만의 생각이나 개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초안을 ChatGPT로 작성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제출한 것이었다. 교사로서 반가움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던 학생이 글을 완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으나 과연 이것을 '그 학생의 글'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남았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학생들의 글쓰기 양상을 분명히 바꿔 놓았다. 

 먼저 양적인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글을 시작조차 하지 못해 빈 종이를 내던 학생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초안을 마련한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질적인 변화는 복합적이다. 표현은 세련되고 오류도 적지만 자기 생각이 담기지 않아 읽는 사람에게 공허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보고서, 탐구 활동, 자기소개서 등에서 인공지능을 빌려 구조를 잡고 표현을 다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편리함 뒤에 ‘사유의 빈틈'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AI가 제시하는 다양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접하며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배우기도 한다. 글의 전개 방식을 참고해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목소리를 잃고 '평균적이고 안전한 글'에 머물 위험이 크다. 글은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인데 인공지능이 대신해 버린다면 학생 고유의 시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앞으로 대학 입시나 사회 진출에서 글쓰기의 평가 기준이 단순한 표현 능력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관점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할까. 무엇보다 교사들은 글쓰기의 결과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문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그 글을 분석하고 보완하며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훈련을 지도해야 하며, 학생 스스로 글을 재구성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사용을 단순히 금지하는 것보다 올바르고 비판적인 활용법을 가르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울산은 교육과 산업이 맞물려 있는 도시다.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해야 하듯 학생들도 새로운 학습 도구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의 도움을 받더라도 생각하는 힘만큼은 대체할 수 없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학생들이 기계의 문장에 기대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교사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새로운 과제다. 글쓰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담아내는 힘이다. 학생들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고 글 속에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안상길 대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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