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주정차 차량을 놓고 '단속하라'는 민원과 '왜 했냐'는 항의로 울산지역 행정당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 간 대립이 격화되며 행정에 비방·폭언까지 일삼는 '화풀이성 악성 민원'에 동구는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면서 '3단 대응체계'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22일 오전 동구청을 찾아온 한 민원인은 "방어진항쪽 인도 가에 불법 주정차를 한 사람이 있는데 왜 안 잡아가냐"라며 "담당자 당장 나와라"라는 등 비속어를 쓰며 소란을 피웠다.
이 민원인은 찾아오기 약 20분 전 방어진항에서 '길을 막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차한 차주와 시비가 붙자, 동구청에 전화해 "여자 공무원이라 그런지 일 처리가 왜 그러냐"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또 이 민원인은 "내 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불법 주정차한 차가 찍혀 있다"라며 "그걸 근거로 과태료를 먹이면 되지 않느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화와 현장 방문 등 40분가량 항의 민원인의 요구가 잇따르자, 결국 구청의 신고로 관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며 소란이 마무리됐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동구청을 포함한 울산 공무원들은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면 '차 댈 데가 어딨냐', '왜 나만 단속하냐, 잠깐 대 놓은 거다'며 항의를 하고, 한편에서는 '왜 여기에 불법주차하냐. 당장 잡아가라'며 하루 종일 민원을 넣는다"라고 전했다.
단속업무를 하는 한 공무원은 "현장에 나가면 폭행을 하려는 분도 많다"라며 "지금은 유선민원의 경우 20분이 넘으면 행정기관에서 먼저 끊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 현장에서 대처하거나, 사무실로 찾아오시는 분들의 경우 애를 먹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역 내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 및 과태료 부과금액은 △2023년 단속 31만4,954건, 132억4,607만원 △2024년 단속 31만 8,131건, 121억1,873만원 △올해 1~6월(2분기) 18만2,210건 70억9,890만원으로 지속 오름세다.
시 관계자는 "부과를 하더라도 '가게 주인이 대도 된다고 해서 댄거다' 등 항의해서 과태료 취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이러한 민원에 올해 10월 단속이 되더라도, 과태료 처분 집행은 해를 넘어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동구청은 내년 1월부터 '불법주정차 악성민원 3단 대응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동구는 "불법주정차의 경우 블랙박스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이번 민원인 처럼 불법주정차에 따른 민원인 폭언이 감당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할 때 녹화 및 녹음이 가능한 바디캠을 착용하고, 위급 시 비상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3단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