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들려주는 선사시대 이야기를 울산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주말 본사가 주최·주관하고 울산시와 울주군이 후원한 '2025 반구천의 암각화 선사 문화 탐방'과 '인문학 산책'이 열렸다. 가족단위, 친구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돌창 던지기 훈련', '활쏘기 체험', '선사인의 식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선사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반구천 일대를 산책하며 명사가 들려주는 반구천의 암각화 강의를 들으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주말 오전인데도 행사가 진행되는 무대 앞에는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인문학 산책' 시작되기 전 열린 성악 공연으로 흥을 돋우고, 이어 본지 김진영 뉴스룸 국장의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후 오전 10시께 300여 명의 '인문학 산책' 참가자들은 10개 조, A코스와 B코스로 나눠 각자의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은 집청정을 시작으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반구서원, 반고서원 유허비, 모은정, 연로개수기, 동매상 자연습지,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반구대 암각화를 따라 약 2시간의 여정으로 진행됐다. 각 조에는 울산시 문화관광 해설사가 동행해 선사유적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와 함께 '인문학 산책'에 참가한 박태진(30대·남구 신정동) 씨는 "아내가 여행을 가고 오랜만에 혼자 주말에 시간이 났는데 반구천의 암각화를 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라면서 "울산에 살지만 한번도 암각화를 본 적이 없다. 오늘 처음으로 반구천의 암각화에 와봤다. 아이와 함께 가을아침에 산책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같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산책길에 들린 지점들에서 문화관광 해설사가 들려주는 설명도 꼼꼼히 들으며 2시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줘서 좋다", "암각화 말고도 볼 것이 많다"라면서 가을 아침 산책을 즐겼다.
작년에 이어 2번째로 '인문학 산책'에 참가한 고영군(60대) 씨는 눈에 띄게 맨발로 산책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경남이 고향이지만 울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세계유산이 도심에 이렇게 가깝게 위치해 있고 길도 잘 돼 있어 평소에도 자주 온다"라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맨발 걷기를 즐기는데 이곳도 길이 잘돼 있다. 이번 '인문학 산책'은 암각화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또 참가하게 됐다"라고 말하며 산책을 이어 나갔다.



'선사 문화 탐방' 도 1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퀘스트처럼 체험존을 돌며 엽전을 획득하면 체험 부스에서 부채나 화관 등을 만드는 체험, 소망조개 적기 등을 할 수 있었다.
불에 직접 마시멜로, 감자, 옥수수 등을 구워 먹는 '선사인의 식탁'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고 원시인 복장을 하고 '우가 우가!'를 연신 외치고 불을 떼는 시늉을 하는 모습도 볼거리였다.
모래사장에서 묻혀있는 엽전, 유물 등을 모래 삽으로 파서 찾는 '유물 탐사 체험'은 난이도가 생각보다 있어 포기하는 시민이 생기기도 했다.
이곳에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체험한 여도겸(11)군과 신명숙(43)씨는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는데 생각보다 체험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재밌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원시어 말하기' 체험을 하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여도겸 군은 "많은 프로그램이 다 재밌었다. 아직 더 체험할 것(프로그램)이 남아서 가장 재밌는 것을 못 정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선사문화 탐방' 체험을 즐겼다.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조을출(60대·북구) 씨도 인문학 산책을 끝내고 '선사인의 식탁', '원시어 말하기'등을 체험했다. 그는 "'원시어 말하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있는 말 없는 말 다 지어내서 하고 어렵지만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인문학 산책도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산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돌의 관문'과 '고인돌 증축'같은 포토존도 마련돼 시민들에게 추억을 만들 특별한 기회가 됐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간식과 기념품이 제공됐고, 인문학 산책 참가자 중에서 경품 추첨도 이뤄졌다.
또 오후에는 2인조 일렉디바의 쇼맨십이 돋보이는 전자 현악 공연과 가수 김무준의 감성 짙은 버스킹 공연도 진행돼 흥을 돋웠다.
오정은 기자 oje@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