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 장혜정·배정부 듀오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댄스스포츠 장혜정·배정부 듀오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남매 케미'로 빚은 화려한 금빛 춤사위_장혜정·배정부 듀오

"전국체전 성적을 발판으로 누나랑 다시 세계 최고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댄스스포츠에서 2년 연속 전국장애인체육대회 5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최고란 찬사를 여지없이 드러낸 장혜정(49), 그리고 늘 최고의 자리에 함께해온 소중한 파트너 배정부(30)는 체전의 피로함은 벌써 잊었는지 20일 앞으로 다가온 세계선수권 우승에 의지를 불태웠다.

장혜정·배정부는 2018년 울주군청 실업팀에서 만난 이후 8년째 합을 맞춰온 베테랑 듀오.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최고의 합을 보여줬다.

둘은 19세의 나이 차가 있지만, 배정부는 늘 장혜정에게 '누나'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남매 케미'를 보여줬다. 이렇게 쌓은 유대감 덕분에 철저한 분석과 피드백을 하는데 거리낌도 없다.

19살의 나이 차에도 '남매 케미'를 보이는 두 선수는 오는 21일 2025 코시체 장애인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 대회 3연패를 정조전한다.
19살의 나이 차에도 '남매 케미'를 보이는 두 선수는 오는 21일 2025 코시체 장애인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 대회 3연패를 정조전한다.

장혜정은 배정부에 대해 "정말 솔직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어떤 파트너들은 '장애인이니까 이런 동작은 어렵지 않을까?', '조금 쉬운 동작으로 안무를 짜보자' 등 지레짐작으로 제 한계를 규정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배)정부는 그런 게 없더라구요"라며 "제가 목 아래부터 꼬리뼈까지 철골이 박혀 있어요. 남들이라면 봐주면서 할 것도 (배)정부는 '장애 핑계 대지 마라, 할 수 있잖아'라는 식으로 늘 채찍질을 해주는데, 오히려 '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요. 근데 가끔은 너무 엄격해서 힘들기도 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반대로 배정부는 장혜정의 강한 정신력을 칭찬했다. "누나가 멘탈이 엄청 좋아요. 실수를 해도 주눅들고 있지 않고, 한 번이라도 더 분석하고 연습에 임하더라고요. 솔직히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흔들리는 선수들이 많은데 누나는 그게 하루를 안 넘기는까, 회복 탄력성? 이런 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라며 "제가 엄격하다고 하는데, 누나가 유연성이 워낙 좋아서 어려운 동작도 곧잘 해내니까 늘 새로운 걸 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혜정·배정부 듀오가 이번 대회에서 각각 따낸 5개, 4개 금메달을 목에 건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혜정·배정부 듀오가 이번 대회에서 각각 따낸 5개, 4개 금메달을 목에 건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로를 잘 알고, 서로의 방식으로 돕는 두 선수는 이제 다가오는 2025 코시체 장애인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 대회 3연패를 정조준한다.

둘은 "이미 두번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아직 왕좌에서 내려오고 싶진 않습니다.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고 느꼈던 감격스러웠던 그 감정을 올해 또 느껴보고 싶습니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오영준은 남자 개인혼영 200m SM11(선수부) 종목에 출전해 3:27.48 기록으로 조영섭(서울)이 2022년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기록한 3:47.47을 깨고 한국신기록을 경신해냈다.
오영준은 남자 개인혼영 200m SM11(선수부) 종목에 출전해 3:27.48 기록으로 조영섭(서울)이 2022년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기록한 3:47.47을 깨고 한국신기록을 경신해냈다.
오영준이 남자 개인혼영 200m에서 후발주자들과 압도적인 차이로 마지막 자유형으로 결승점을 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수영협회 유튜브 갈무리
오영준이 남자 개인혼영 200m에서 후발주자들과 압도적인 차이로 마지막 자유형으로 결승점을 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수영협회 유튜브 갈무리

# 끝없는 어둠 속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_시각장애인 선수 3명

시각장애 수영선수로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처음 개인혼영에 출전한 오영준(32)은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다. 압도적인 속도로 2등과 22초나 차이나는 기록으로 결승점을 찍은 오영준은 정작 실격이란 결과를 맞닥뜨렸다. 접영에서 배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등이 보였다는 이유였다. 억울함과 지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마음을 다잡던 오영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실격의 원인이 된 행위가 비디오 판독 결과 정당했다고 번복이 이뤄졌다. 금메달은 물론 한국신기록까지 경신된 최고의 결과였다.

오영준은 젊은 시절 사고로 시력을 크게 잃어 빛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하루 아침에 눈앞이 흐릿한 어둠에 휩싸인 그에게 수영은 앞으로 나아갈 '빛'이 돼 줬다.

"어릴 때부터 배웠던 수영이 지금 삶에 큰 도움이 됐어요. 시야가 차단되니 기존의 생활 방식에도 큰 제약을 받는데, 수영은 운동 방식을 기억해내면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라며 "물론 쉽지 않았어요. 색을 구분하지 못하니 처음에는 레일과 벽에 계속 부딪히기 일쑤였습니다. 어머니와 코치님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컸죠"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혼영은 원래 주종목이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처음 출전했어요. 그런데 금메달은 물론 한국신기록까지 세워서 놀랐고, 늘 저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 어머니와 코치님들께 보답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시각장애를 앓고 계신 많은 분들도 저처럼 수영을 하시거나 다른 여러 운동을 꼭 해보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울산 소속 국가대표 시각축구 선수 이병희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돌파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울산 소속 국가대표 시각축구 선수 이병희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돌파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같은날 시각축구장에는 국가대표 시각축구 선수 이병희(48)의 화려한 드리블을 볼 수 있었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공을 양발을 이용해 신기할 정도로 이리저리 굴리며 상대 수비진을 돌파해냈다. 17년째 울산 소속을 뛴 이병희는 불혹의 나이에도 일반인 못지 않은 드리블을 선보이며 국가대표의 품격을 여지없이 뽐냈다. 그는 "31세 때부터 시각축구 선수를 했고,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스포츠를 계속하면서 건강 관리 늘 힘쓰고 있어요. 매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힘닿는데까지 선수생활 이어가고 싶습니다"라면서도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스포츠가 한정적인데, 최근 타 지역에서 생긴 실업팀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이 이적하면서 선수층의 깊이가 많이 떨어졌어요.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지자체에서 지원을 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시각탁구 울산 대표 이재분이 상대 측이 날린 공을 밀어내고 있다.
시각탁구 울산 대표 이재분이 상대 측이 날린 공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여자 시각탁구 동메달을 따낸 이재분(67)도 아쉬운 소리를 거들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쇠구슬이 들어간 공을 네트 아래 공간으로 밀어내는 방식의 시각탁구는, 최근 비슷한 방식의 쇼다운 종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인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쇼다운이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선정되면서 10~20대 선수들이 쇼다운으로 대거 이동했고, 시각탁구에는 대부분 60~70대 선수들만 남아있다. 이재분은 "좌우로 오가면서 공을 친다는 개념은 시각탁구랑 쇼다운 다 동일한데, 한쪽으로 인기가 쏠리니까 선수들도 많이 줄었어. 예전에 대회에서 32강하던게 지금은 16강 대진도 만들기 힘들어"라며 "비인기 종목이라도 시각장애인들이 건강을 위해서 많이 하니까 지원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