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에 교원 정원을 배정한다. 학생 수가 줄면 교사 수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식은 더 이상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실 속 교육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지방교육행정기관과 공립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 규정’을 개정하며 교사 정원을 감축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효율화가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며칠 사이 국회에서는 교직원 정원 산정 기준을 ‘학생 수’에서 ‘학급 수’로 전환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교원 정원을 둘러싼 행정부와 입법부의 시각이 엇갈린다.
현재 교원 정원은 교육부 단독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 공무원 총정원제의 틀 속에서 인구와 재정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교육의 본질이 행정 효율성에 가려지고 있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 단위’로 이뤄진다.
한 반의 학생이 많을 수록 교사의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수업 준비, 생활지도, 행정업무, 맞춤형 학습 지원, 디지털 AI기반 교육 등 대부분의 업무가 학급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교사의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문화 학생, 정서·행동 지원이 필요한 학생,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 대비 현재 다문화 학생은 4.3배, 특수교육대상자는 2.4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약 3배로 증가했다.
특히 고교학점제 정책 변인을 적용한 결과 현행보다 약 1만여명의 교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가 곧 교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분명한 근거다.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정원을 산정해야 한다.
이제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특히 저학년과 농산어촌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면, 학습의 질과 돌봄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울산시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20명 상한 정책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며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학급당 학생 수 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사, 보건교사, 상담교사, 영양교사, 사서교사 등 비교과 교원을 별도의 기준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습 지원뿐 아니라 건강, 정서, 생활, 독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 정원 감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수업의 질과 생활지도의 세밀함, 학습격차 해소,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맞닿아 있다.
교사의 수가 줄어들면, 아이 한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관심과 손길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교육의 본질은 행정의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을 이끄는 일에 있다.
이제 교원 정원 정책은 행정의 논리나 재정의 계산을 넘어, 교육이 지닌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야 한다.
교원은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투자이며, 정원은 단순한 행정 수치가 아니라 교육의 든든한 기반이다. 박광식 교사노조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