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건의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울산이 정작 '특구 선정'에 고배를 마시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즉시 분산에너지를 상용화할 준비를 마친 곳은 울산 밖에 없는데도, 정부는 다른 4개 지자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울산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인데, 이는 미래 산업과 맞닿아 있는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규제 일변도로 흘러갈거란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기존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을 이관받아 확대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첫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전남, 제주, 부산 강서구, 경기 의왕시 등 4곳을 분산에너지 특구(분산 특구)로 선정했다. 선정된 지역은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모델이다.
울산은 이번 선정에서 보류돼 차기 위원회를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시는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 MU(멀티유틸리티)의 300M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산단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전력수요유치형' 계획을 제출했다.
한국전력 등을 거치지 않아 보다 저렴하게 산업용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 발전소는 화석연료 중에선 상대적으로 청정에너지인 LNG를 사용하지만, 엄밀하게 신재생에너지는 아닌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선정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 지정에 사활을 걸고 사업을 추진해왔던 울산시는 예상치 못한 선정 배제 결정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력은 SK-아마존웹서비스(AWS)가 건설하고 있는 7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현재 가동 중인 석유화학공장 등 총 17곳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분산에너지 전력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기업들 역시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구가 되면, 보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산특구는 원거리 송전망을 이용하는 대신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곳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지산지소형(地産地消) 시스템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는 특구 운영의 기반이 되는 특별법 입법을 적극 건의하고, 정부와 하위법령을 함께 손질해왔으며,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 지원센터도 발족하는 등 사실상 제도의 구상과 구체화를 주도해왔다.
그럼에도 정작 울산은 선정에 보류된 반면, 뒤늦게 배에 올라탄 다른 지자체들만 덕을 본 셈이란 울산지역 내의 목소리가 높다.
울산지역 산업계에선 "당장 분산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상업화가 가능한 울산을 놔두고 신재생이란 이유로 다른 지역을 선정했는데, 그 다른 지역들은 분산에너지를 활용할 준비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산업의 쌀인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하도록 만든 건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발상"이란 질타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산업수도인 울산의 특구 선정이 장기화된다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 뿐만 아니라 AI 등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산업에까지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SK는 현재 건설 중인 103MW급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GW급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 전력 공급을 위한 분산 특구의 지정 필요성은 분명하다.
울산시는 정부에 특구 시급성과 타당성의 논리로 설득해 연내 추가 선정을 이뤄낸다는 의지다.
시 관계자는 "SK MU 열병합발전소는 추후 수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그 어떤 발전원보다 친환경"이라며 "결정 보류이지 최종 탈락은 아니어서 인프라와 에너지 거점도시로 도약 전망 등을 토대로 설득해 나간다면 추가 선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형 기자 jun@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