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향 창업일자리연구원 홍보팀장 ·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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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가 뭡니까?"

 솔직히 말해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순간 울컥했다. 그것도 사회적경제 업무를 맡은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더 그렇다. 물론 모를 수도 있다. 성안 사람은 성 밖 이야기를 다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맡은 분야라면 최소한의 공부와 관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적경제는 거창하고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이야기다. 혼자만 살아남는 경제가 아니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 전체가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는 경제 말이다.

 요즘 우리는 참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지역은 점점 소멸 위기에 놓이고, 기후위기까지 일상이 됐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런 시대에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모델이 바로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다. 이름은 어렵지만 내용은 의외로 따뜻하다. 돈만 남기는 경제가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경제. 경쟁보다 협력을, 속도보다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생협 같은 조직들이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이 함께 가게를 만들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 일부를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가 함께 살아나는 경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사회연대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어르신들이 만든 반찬을 사 먹고, 지역 청년들이 만든 로컬 브랜드를 응원한다. 그것 역시 사회연대경제다.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 이야기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경제를 "정부 지원받는 착한 기업" 정도로 오해한다. 아니다. 사회연대경제는 복지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경제 전략이다. 실제로 UN, OECD, EU, ILO 같은 국제기구들도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지역경제를 살리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을 넘어 ‘사회연대경제’라는 개념으로 확대해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단순히 몇몇 기업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지역순환경제를 만들고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방향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어 돈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아닌, 지역에서 번 돈이 다시 지역 안에서 돌게 만드는 경제. 지역 사람들이 지역 기업 제품을 소비하고, 지역 금융이 지역 기업을 키우고, 그 기업이 다시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다.

 울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산업도시라는 이름 뒤에는 폐업하는 자영업자, 사라지는 골목상권, 청년 유출이라는 현실이 있다. 결국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을 남기는 경제가 필요하다.

 나는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일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기업,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협동조합,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먹거리로 지역을 살리는 마을기업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연대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여전히 재정적 한계도 있고, 사회적 가치를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때로는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경쟁만으로는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회연대경제를 응원한다.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길. 조금 덜 벌어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경제.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일.

 결국 사회연대경제는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자"는 가장 인간적인 약속인지도 모른다. 전미향 창업일자리연구원 홍보팀장 ·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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