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성장의 늪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패러다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닌, 현실의 미래 산업과 경제 혁신 중심에 '로봇'이 서 있다. AI 기반 융합체인 로봇을 통해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과학기술 인재 육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30년까지 민관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며, 첨단로봇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이 그 증거다. 또한,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은 산업 육성과 신뢰 기반을 다지는 법적 토대가 되고 있다. 이는 AI와 로봇 산업을 국가적 의제로 삼아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이 전략의 중심에 울산이 있다. 울산은 지금 제조업 수도를 넘어 'AI 수도'로의 변혁을 꾀하는 핵심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바로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이다. SK와 글로벌 기업 AWS가 협력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7년 완공 시 6만대의 GPU를 수용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다. 나아가 1GW급으로의 확장 계획까지 거론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AI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거대한 뇌'는 울산의 주력인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에 AI를 접목해 지능형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심장부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거대한 하드웨어와 정책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 첨단 인프라를 채우고, 활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봇 산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중요성은 알지만, 단기적 성과와 업적을 중시하는 풍토 탓에 중장기적 미래 성장 전략에는 인색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로봇 분야가 진정한 산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설계, 제작, 구동에 이르는 창의적 교육을 기반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다. 막대한 연구비가 수반되는 로봇 산업 현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책적 지원 없이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필자가 소속된 울산지식산업로봇진흥회는 지난 2003년부터 울산로봇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대회야 말로 울산 로봇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대회의 목적은 분명하다. AI 기반 지식정보화 사회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와 과학도를 육성하여 4차 산업혁명 진흥을 도모하는 것이다. 대회는 울산 소재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그 내용은 미래 산업의 축소판과 같다.
지정 경로를 주행하거나(미션로봇) 4족·2족 보행 로봇으로 미션을 수행하고(메카레이스) , 드론으로 장애물을 통과하는(드론미션) 등 다양한 부문은 학생들에게 로봇의 구조설계, 프로그래밍, 메카트로닉스 기술의 기초를 학습하게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범 부문으로 도입된 '해커톤 경제솔루션'이다. 2~3인이 팀을 이뤄 '스마트 도시와 로봇', '로봇과 미래 직업', '로봇과 사회 복지' 등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AI 기반으로 경제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겨룬다. 이는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것을 넘어,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산업적,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한민국이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강국으로 세계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과학 꿈나무를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 울산에서 자라나는 이 청소년들이 바로 울산의 미래이자 한국 산업의 희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로봇경진대회는 단순한 성과 위주의 장이 아니다. 10년, 20년 후의 새로운 미래 창조를 위해 과학기술의 뿌리를 내리고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대회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되고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는 '인재 육성 생태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송병철 울산지식산업로봇진흥회 회장·본지 독자권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