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울산 남구 수암시장 내 도로에 트럭과 오토바이가 불법 주정차돼 있고, 차량 통행이 이어져 시민들의 보행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다.
17일 오전 울산 남구 수암시장 내 도로에 트럭과 오토바이가 불법 주정차돼 있고, 차량 통행이 이어져 시민들의 보행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다.

"차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 부딪힐까, 돌진할까 무섭죠."

최근 부천 한 전통시장에서 트럭이 돌진해 21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통시장이 보행자 사고의 사각지대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울산지역 일부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7일 오전 10시께 찾은 울산 남구 수암시장. 시장 안 도로는 비교적 넓은 편이었지만, 곳곳에 주·정차된 트럭과 수시로 드나드는 차량·오토바이 사이로 시민들은 점포 벽에 바짝 붙어 조심스레 걸어야 했다. 장을 보던 시민이 다가오는 차량 소리를 듣지 못하면 경적 소리에 놀라 몸을 피하는 아찔한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수암시장에서 만난 60대 한 시민은 "트럭이 서 있는 것도 불편하지만, 시장을 가로질러 달리는 일반 차량이 더 위험하다"라며 "오토바이나 차량이 갑자기 지나가고 경적을 울리는 경우도 많아 늘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과일·채소·건어물 등 대량 상품을 옮겨야 해 트럭을 시장 안쪽까지 들여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도 시장 도로 곳곳에 트럭이 서 있었고, 상인들은 상자 수십개를 연달아 내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스치듯 지나가면서 보행 공간은 한층 좁아졌다. 한 상인은 "도로가 그나마 넓은 편이라 조심하며 작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신정시장 내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상인들이 점포로 물건을 옮기기 위해 시장 앞 도로에 불법 주차가 이어졌다.
17일 오전 신정시장 내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상인들이 점포로 물건을 옮기기 위해 시장 앞 도로에 불법 주차가 이어졌다.

그렇다고해서 시장 안 도로를 완전히 막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인근 신정시장은 도로 폭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상인이 물건을 들여놓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만 차량 진입을 허용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시장 안 전체 도로가 전면 통제돼 차량이 들어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정시장에서는 입구 도로에 상·하차용 트럭들이 줄지어 서고, 상인들이 손수레로 점포까지 물건을 옮기는 모습이 흔하다.

울산 중구의 경우, 정기장·요일장이 열리는 경우 사전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를 막고 장사를 하지만, 주택가를 따라 형성된 시장은 도로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구 마성시장은 2022년 3월 아케이드 주변 차량 통제를 시행했으나, 이후 손님이 줄면서 현재는 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각 시장마다 도로 통제 방식이 제각각이며, 보행자와 차량·오토바이가 섞여 움직이는 구조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를 만든다.

현재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소방도로 규정만 있을 뿐, 통로 폭이나 차량 진입 관련 조항은 없다. 차량과 보행자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보도를 만들려 해도 도로 폭이 좁은 전통시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시장 이용자는 고령층이 많아 노인 보행자 사고도 빈번하다. 2020년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서 발생한 노인 보행자 사고 중 65%가 시장 주변에서 발생했다. 울산도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교통안전관리 조례안'에 따라 전통시장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나, 상인 반발 등이 예상돼 지정된 곳은 한군데도 없다.

부산시도 3년 전 조례를 통해 전통시장 주변 도로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상권 위축을 우려한 상인들의 반대 등으로 실제 지정된 곳은 없다. 대신 내년부터 전통시장 주변을 노인교통안심구역으로 지정해 울타리와 표지판등 시설 보강과 계도에 나설 방침이다.

남구 관계자는 "상인회가 시장 내 사고 예방 의무는 있지만, 차 없는 거리를 무작정 지정할 수는 없다"라며 "구청 차원에서도 제한이 어려워, 시장 안팎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경기 부천제일시장에서 1t 트럭이 상가로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 내에는 페달을 촬영하는 '페달박스'가 있었는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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