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어제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3.4%로 전국 평균(2.0%)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1인당 GRDP는 8,519만원을 기록해 전국 평균(4,948만원)의 1.7배에 달하며 9년 연속 전국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도시다.
그러나 화려한 생산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생산된 부(富)가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지 못하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소득 역외 유출’ 구조다. 지난해 울산의 지역외순수취 본원소득은 –20조원으로, 충남과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순유출 규모를 기록했다. 지역에서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이 울산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소득 유출은 필연적으로 지역 소비의 위축을 불러온다. 실제 울산의 지난해 최종소비 증가율은 0.9%에 그쳐 전국 평균(1.2%)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산은 활발하지만 정작 지역 내에서의 씀씀이는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주거를 지역 밖에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울산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제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다. 울산의 광업·제조업 비중은 63.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24년에도 제조업(3.5%)과 운수업(14.4%)이 성장을 견인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대외 환경 변화나 특정 산업의 부침에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제 울산은 ‘얼마나 생산하느냐’와 함께 ‘어떻게 지역 내에서 소득을 분배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것인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사람이 머물고 돈이 도는 ‘자족형 경제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금융, IT, 지식기반 서비스업 등으로 확대해 지역 내에서 소비될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 통로를 넓혀야 한다. 또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고소득 노동자들이 울산에 거주하며 소비할 수 있는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소득 유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GRDP 전국 1위라는 지표는 울산의 자부심일 수 있지만, 그 소득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소득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근본적인 대책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