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HD현대중공업 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올해 전 사업장 공동 투쟁을 선포하며 ‘노사협의체 구성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현대중지부 제공
21일 HD현대중공업 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올해 전 사업장 공동 투쟁을 선포하며 ‘노사협의체 구성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현대중지부 제공
조선업 노동계가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전국 사업장 공동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같은 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에 대해 ‘원청 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맞물린 상황에 조선업계 맏형이 속한 울산을 중심으로 올해 조선업 노사 간 진통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8개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21일 서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사업장 공동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조선노연은 이날 “조선업은 사상 최대 수주와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라면서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는 날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노연은 올해 전 사업장 공동요구안으로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 △AI 도입 시 노동 인권 및 고용 보호를 제시했다.

조선노연은 “최소한 퇴직으로 인해 자연 감소된 인원만큼이라도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청년 채용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현장에 도입될 때에는 인간 중심적이고 노동 친화적인 방향으로 활용돼야 하고, 사전에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과 노동환경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향후 공동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조선노연은 “노사 간의 대화와 논의의 장인 ‘노사협의체’ 구성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시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않겠다”라고 분명히 했다.

21일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서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조선노연 연대 투쟁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현대중지부 제공
21일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서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앞에서 조선노연 연대 투쟁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현대중지부 제공
이러한 가운데 같은 날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확정 판결은 전국금속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2017년 1월 이후 약 9년, 대법원이 사건을 접수한 2018년 12월부터 약 7년 6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금속노조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은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의 ‘근로계약상 사용자로 볼 것인가’였다. 앞서 금속노조는 2016년 4월 HD현대중공업에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조 활동 보장과 산업안전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그해 사측이 사용자성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법원 다수의견(8인)은 “구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2016년 사건을 다룬 것이기에 노란봉투법이 아닌 옛 노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러한 선고에 금속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개정 노동조합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대법원은 시대적의 요구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향후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대법원 판례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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