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찰이 어제 영세 자영업자와 주부 등 경제적 약자들을 유혹해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이를 범죄 조직에 유통한 일당 66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계좌만 빌려주면 매달 1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자금이 절박한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대포통장 유통 범죄는 단순한 금융 질서 문란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악질적인 민생 침해 범죄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범죄 수법이 대단히 치밀하고 대담하다. 총책 일당은 지인을 소개하면 수당을 주는 다단계 방식을 동원해 모집망을 넓혔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터미널 수하물과 ‘던지기 수법’까지 활용했다. 이렇게 공급된 통장들은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보이스피싱과 도박 사이트의 수취 계좌로 쓰였다. 범죄 수익을 위해 타인의 절박함을 이용하고, 그 결과로 무고한 시민들을 사기 늪에 빠뜨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경찰이 이번에 총책 등 일당들을 검거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이 ‘뻔한’ 범죄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안이한 인식이다. 경기 불황 속에서 한 푼이 아쉬운 영세 상인들에게 월 150만 원의 수익은 거절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그러나 “잠시 빌려주는 것뿐인데 무슨 큰일이 나겠느냐”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대포통장 명의 대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다. 직접 사기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실형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 대가 없는 공돈은 없다. 자신의 명의를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의 공범이 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형사 처벌은 물론, 금융거래 제한, 계좌 개설 불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등 돌이킬 수 없는 ‘신용상의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윗선’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약자를 먹잇감으로 삼는 악질 범죄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