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가 아파트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결정족수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20억원에 달하는 공사계약을 강행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법 위반에 동조할 수 없다는 관리사무소 측과 갈등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 “위반 이유로 공사 중단시 주민만 피해”
21일 오전에 찾은 울산 북구 소재 A아파트. 이 아파트 승강기에는 관리소장 명의로 현재 아파트 내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는 공지문이 부착돼 있었다.
공지문에는 현 입대의 구성이 미비한 상태임에도 공사업체를 선정·계약했고, 공사업체 선정·계약 과정에서도 입주자 투표를 거치지 않는 등 공동주택관리법 및 관리규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법 위반을 이유로 공사가 무효화되거나 중단될 시 막대한 손해배상과 소송비용이 청구돼 입주민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대의는 입대의 구성원 3분 2에 해당하는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대의는 정원 12명 중 5명만 현원으로 등록돼 있어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현 입대의는 이를 무시하고 보험재계약, 보수공사, 변호사 선임 등 안건을 임의로 통과시켰다는 게 관리사무소의 입장이다.
여기에 19억6,000만원에 달하는 외벽재도장·옥상방수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입주자 전체 투표를 진행하지 않아 관리규약을 위반했단 지적도 이어진다.
A아파트 관리규약에는 5억원 이상의 공사는 입주민 전체 투표를 거쳐 과반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 취재진이 입주민 투표 업무를 관장하는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전체 투표는 진행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북구청, 법 위반 사실관계 조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이미 법무부와 북구청으로부터 위법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입대의와 공사업체에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들이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소장 B씨는 “법을 다루는 공공기관에서 위법성이 크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입대의 측이 위법행위를 지속해서 지시·강요하고 있다. 말로 안되니 거짓내용을 반복 게시하며 주민들을 선동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라며 “아파트 관리는 투명한 행정과 법적 절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함으로 인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입주민이다. 입주민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입대의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입대의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은 입대의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법 위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입대의와 관리사무소가 반목하면서 아파트 관리·운영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입대의가 관리사무소의 업무 거부에도 5,400만원을 들여 옥상난간 보수 공사업체를 선정했는데,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주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공사업체 작업자들이 고소 작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매지 않고, 1층 하단부에 별도의 안전망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 C씨는 “1층에 왠 철근이 잔뜩 쌓여 있어서 무슨 공사를 하나 봤더니 옥상난간을 뜯어내는 작업이더라. 난간을 떼내다가 자칫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텐데 안전조치 아무것도 안 돼 있어 놀랐다”라며 “입대의든 관리사무소든 최소한 감시는 해야지, 서로 싸운느라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안된다니 기가 찬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A아파트는 지난해 7월 입대의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고용노동부가 입대의와 관리사무소 간 갑을 관계, 즉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석한 채 조사를 종결해 사건이 흐지부지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