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울산 동구 명덕의 한 골목길. 퇴근시간이 되자 길거리는 낯선 억양의 한국어와 외국어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식당 안에도 마찬가지로 여러명의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사장님, 여기 생선찌개 주세요.”
주문을 받던 식당 주인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주인 A씨는 “요즘은 저분들이 안 오면 가게가 허전하다”라며 “처음엔 말도 잘 안 통해 서로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고마운 손님”이라고 말했다.
동구에 따르면 동구에는 올해 1월 기준 외국인 주민이 1만1,146명으로 전체 인구 16만132명 가운데 약 7%를 차지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이 늘면서 크게 증가했다.
동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HD현대중공업 근무 인원은 약 8,8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역 원룸이나 별도의 숙소를 구해 거주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을 통한 소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협력사에 근무 중인 태국 출신 타나차이(50)씨는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3년 동안 일과 생활 모두 익숙해졌다”라며 “300~400만원의 월급 일부를 고향의 가족들에게 송금한 뒤에도 여유가 있어 동료들과 외식하거나 장을 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의 지역 소비 패턴을 보면 퇴근 후 밥 한 끼, 주말 장보기, 통신비, 생활용품 같은 ‘작지만 반복되는 지출’이 대부분이지만, 지역 상권에서는 분명한 변화로 체감된다.
일산동의 식당에서 일하는 B씨는 “최근 소상공인들이 많이 힘든 상황인데 외국인 손님이 매출의 일부분을 차지해 큰 힘이 된다”라며 “처음에는 한국 사람 없이는 주문도 못했는데, 이제는 메뉴를 외워서 주문할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네 상권에 스며든 모습은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주말 저녁 동구 일대 공원이나 산책로, 해변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동네 식당이나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실제 임금 구조는 단순한 기본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동구의 한 조선업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기본급 외에도 연장·야간 근로수당 등이 포함되면 실제 수령액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들이 지역에서 생활하며 소비 활동을 하는 만큼 지역 상권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